[조동성 칼럼] 국제기구 유치하고 성공하기

입력
2014.05.20 15:07

1997년에 이루어진 국제백신연구소(IVI) 유치 당시 우리나라는 국제기구의 불모지였다. 중국,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6개국이 열띠게 경합했다. 우리 정부는 서울대를 중심으로 민간, 교육부, 외교부가 긴밀한 협력을 통해 IVI를 유치함으로써 국제기관 유치에 대한 역사를 새로 썼다. 그로부터 13년 후인 2010년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가 서울에서 우리나라 두 번째 국제기구로 출범했고, 2012년에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이 세 번째 국제기구로 인천 송도에 설치됐다. 이제 우리나라는 국제기구를 유치하는 주요 국가가 된 것이다.

IVI는 새로운 백신의 개발과 보급을 통해 지구촌 어린이들이 감염성 질병으로부터 보호받도록 하는 숭고한 사명을 수행해 왔다. IVI가 개발한 경구 콜레라 백신은 45 만 명에 접종되었고, 전 세계 콜레라 발생지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IVI는 새로운 장티푸스 후보백신과 주사기 없이 혀 밑을 통한 혁신적인 접종법도 개발했다. IVI는 각종 임상시험과 시범접종 사업을 통해 감염질환으로 인해 매년 사망하는 5세 미만 어린이 440만 명을 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국내에 유치한 국제기구를 통해 세계인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더 많은 국제기구를 적극적으로 국내에 유치하는 동시에 유치한 국제기구들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가 유치한 국제기구가 성공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풍부하고 안정적인 재원 확보이다. IVI는 세계 최대 원조국 중 하나인 스웨덴으로부터 설립시기부터 지금까지 지원받아왔다. 국내외 제약기업,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계와 연구기관 역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IVI한국후원회도 IVI 재원을 다양화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선단체인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은 그동안 1억 5,0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하여, IVI가 신종 콜레라 백신과 장티푸스 후보백신 등을 개발하는데 기여했다.

국제기구 성공의 두 번째 조건은 세계적인 네트워킹이다. 국내에 유치한 국제기구는 공적개발협력(ODA)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세계적인 기관들과 협력해 국제원조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총재 등 세계 지도자들을 통해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확대할 수 있다. 일례로 세계보건기구(WHO)는 IVI가 개발한 백신으로 재난 대비를 위한 비축분을 확보했고, 현재 이 비축분을 남수단의 난민 14만 명에게 접종하고 있다.

국제기구 성공의 세 번째 조건은 국내 사회와의 밀접한 연계이다. 우리는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들을 친구로 받아들이고, 이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자녀교육, 의료서비스 등에서 충분히 배려해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마음 놓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안정된 근무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우리가 유치한 국제기구의 발전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 제고와 함께 경제적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다. 스위스와 벨기에는 국제기구들의 본산이다. 스위스 제네바의 경우 인구의 40%가 국제기구 직원과 그 가족이다. 제네바에 상주하는 국제기구들이 2013년에 지출한 비용 6조 4,000억 원은 제네바의 지역내총생산(GRDP) 58조원의 11%이다. 우리나라도 국제기구를 유치하면 외자와 고급인력이 들어오고 국제회의 등 각종 대형 행사가 열려 국내 서비스 산업 발전과 내수 활성화를 돕는다.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국제기구는 3만2,000개가 넘는다. 우리는 IVI, GGGI, GCF를 필두로 더 많은 국제기구를 국내에 유치해야 한다. 그리고 어렵게 유치한 기존 국제기구들이 원활히 뿌리를 내리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과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더 많은 국제기구를 유치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나라가 유치한 국제기구들이 세계적인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해 나갈 수 있도록 온 국민이 따뜻한 관심을 보일 때다.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ㆍ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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