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수 칼럼] 인구병의 즉효약

입력
2015.03.03 15:16

인구감소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

당장 개선 없다고 정책포기 안 돼

한 발 앞선 꼼꼼한 환경 개선 절실

인구감소를 막기란 어렵다. 근본대책은 출산장려인데 당사자인 후속세대는 맘이 떠난 지 오래다. 낳을 여력도 의지도 없다. 종족번성의 본능은 호구지책의 현실에 무릎을 꿇었다. 제아무리 출산정책을 쓴다 한들 인구감소를 못 막을 것이란 경고도 있다. 출산장려책은 재정낭비라고 본다. 차라리 인구감소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행복모델을 찾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과연 그럴까. 대세일지언정 방향이 아니면 올라타선 곤란하다. 즉 인구감소는 거부하고 저항해야 할 숙제다.

세계적으로는 인구감소가 옳다. 다만 한국사회로 관점을 옮기면 얘기가 달라진다. 길게 봐 인구적정선을 유지하는 건 맞지만 아직은 아니다. 인구감소의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상상초월이다. 기록적인 출산율과 추세전환의 경직성까지 보건대 국가증발의 우려가 더 설득적이다. 인구감소를 받아들일게 아니라 어떤 방책이든 저지·증가시키는 게 타당하다. 아니면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은 심각히 훼손된다. 인구감소와 성장유지로 1인당 자원배분이 개선된다는 논리는 비현실적이다.

혹자는 출산정책을 무용지물로 본다. 틀리진 않다. 충분히 공감·동의한다. 지난 10년간 약 70조를 썼는데도 출산율이 더 떨어질 정도니 무용론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이게 정책포기로 연결돼선 안 된다. 부인할 수 없는 속 쓰린 경험이지만 반면교사가 바람직하다. 왜 실효성이 없는지 엄밀한 상황분석과 경로반성으로 가성비가 좋은 새로운 정책조합을 내놓는 게 맞다. 출산정책은 필수불가결한 시급과제인 까닭이다. 방치하거나 연기하면 그 끝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애초부터 출산정책은 투입대비 산출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 다양하고 묵직한 인구변화의 특수성 탓이다. 해외사례를 보면 최소 20~30년은 일관되게 밀어붙여야 겨우 열매를 맺는다. 1970년부터 고집스레 출산장려를 추진한 프랑스도 이제야 겨우 출산율 2를 넘겼다. “낳으면 국가가 길러준다”는 명확한 신호안착 덕분이다. 하물며 걸음마를 막 뗀 한국에서 조바심을 내선 안 된다. 거액예산에 장기실천이 필수인데 추진주체의 실행의욕마저 낮다는 점도 고려대상이다.

어쨌든 출산정책은 필수다. 지금은 매몰찬 타박·경계가 아니라 따뜻한 격려·응원이 먼저다. 어떻게 하면 출산율을 높일지 고민해야지 남을 탓하거나 핑계거리를 찾아본들 말짱 도루묵이다. 불필요한 갈등유발과 고비용의 세대전쟁만 심화시킬 뿐이다. 중요한 건 실패인정과 내용수정이다. 돈 몇 푼 쥐어주는 양육지원은 아니란 게 밝혀졌다. 근본적인 출산환경 개선작업이 대안이다. 뭐가 좋을지 물어봤자 시간낭비다. 더 잘 알면서 모르쇠만 일관하는 정치·행정이 자문할 일이다.

하늘아래 새로운 정책은 없다. 정권교체로 좌우양끝의 정책내용마저 경험해본 마당에 안성맞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갈구해본들 얻어질 리 만무하다. 빛을 못보고 먼지에 쌓인 각종 후보정책까지 합하면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란 건 한층 자명해진다. 정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없다는 게 솔직한 평이다. 그러니 쉽고 간단하되 효과는 별로인 정책으로 티만 내려 안달이다. 만인을 만족시킬 즉효약은 없다. 모든 약이 그렇듯 부작용은 있다. 그렇다고 치료를 포기할 순 없다.

경고와 위험의 확인시점이 늦었지만 실은 가장 빠른 때다. 선제·미세적인 출산정책은 ‘인구병(人口病)’을 치유할 유일무이한 근본대책이다. 이민정책, 기술혁신 등은 보완책일 따름이다. 없는 즉효약 찾기보다 있는 치료책의 다각적인 활용이 바람직하다. 해보지도 않고 이런저런 거부반응만 찾아봐야 물때만 놓친다. 그렇잖아도 전대미문의 인구병이 예고됐다. 탁상공론은 불필요하다. 간절한 건 플랜A다. 이를 뒷받침할 플랜B는 나중 몫이다. 사망선고 후엔 모든 게 끝이다.

치료는 타이밍이 전부다. 통증이 완연한데 대증요법만 고집하면 증상악화는 피할 수 없다. 청년은 영리하다. 웬만한 출산정책에 감동받아 결혼·출산·양육의 노예생활을 택할 이는 없다. 그들을 감싼 불편·불안·불만은 위험수위를 넘었다. 더 이상 방치는 안 된다. 힘들고 어렵지만 길은 있다. 없다는 건 비겁한 핑계다. 외롭더라도 한발한발 내딛는 용기와 확신이 필요할 뿐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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