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선완의 심사직설] 보건의료의 중동 특수

입력
2015.03.08 12:19

중동, 삶의 질 향상 위해 보건의료 관심

문화 차이나 언어 장벽 걸림돌 적잖아도

수준 높은 한국 의료수출 성공 노릴 적기

최근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전 일정을 모두 소화하지는 못하였으나 짧은 기간이나마 중동 지역의 보건의료 진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1970년대부터 이 지역의 국가 기반 건설 인프라 구축에 참여함으로써 이 지역 국가들과 인연이 깊다. 그리고 휴대전화와 가전제품 그리고 자동차와 건설이 이미 이 지역에 확고한 인지도를 갖고 있으며 한류 연예인들의 인기도 상당한 편이다. 전 세계적인 인류의 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 인구의 증가와 이 지역의 높은 출산율 그리고 식습관의 영향이라고 추측되는 높은 당뇨병 유병률에 의한 순수 보건의료 수요 증가가 이 지역에서 관찰된다.

뿐만 아니라 교통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보건의료 기술 발달과 적용 가능한 치료 기법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다 보니 최신의 그리고 최고 수준의 치료에 대한 절실한 욕구가 이 지역 사람들에게 있다. 그리고 아랍권 전체가 정치민주화 열풍과 이슬람 원리주의 이념의 폭력적인 집단들에 의해 몸살을 앓고 있는 이 시기에 왕권 통치 국가들은 체제의 안정과 사회 불안 요소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자국민들에게 양질의 보건의료를 제공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또한 중동의 허브를 자처하고 항공편으로 대여섯 시간 이내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끌어 모아 관광과 쇼핑의 중심으로 이미 자리 잡은 두바이의 경우 이제는 교육과 문화 그리고 보건의료의 중심이 되어 인근 국가들의 사람들과 돈을 끌어 들이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보건의료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력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 지역의 매력이다. 자금과 수요 그리고 욕구가 있기 때문에 기술을 가진 파트너를 찾으면 일사천리로 사업이 진행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가가 관장하는 고정 의료 수가 상황에서 병원들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하였다. 결국 의료 외 수입이나 비급여 부분으로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 한, 병원이 발전을 하고 살아남으려면 다른 병원보다 많은 환자를 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많은 수의 환자들을 효율적으로 빨리 처리하면서도 치료 효과가 우수하고 의료 사고가 적은 병원 시스템을 갖게 되었다. 발달된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이 보건의료와 접목되어 병원 운영의 효율과 관리 기술의 향상에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의과대학에 진학함으로써 보건의료의 학문적 성과와 기술 발달에 있어 큰 발전을 이루었다. 최근의 병원 인증 평가 체계도 의료 수준의 질적인 도약에 이바지했다. 보건의료 분야는 우리가 많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중동에 진출해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아직 걸림돌들도 즐비하다. 먼저 종교와 문화적 차이이다. 중동 지역은 종교적 색채가 뚜렷하고 종교적 문화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라마단 시기에는 일을 멈추고 금식을 유지하며 종교적인 생활과 내적 수련에 몰두한다. 보수적인 국가에서는 아직도 여자들이 외출 시에 몸을 모두 가리고 다녀야 하며 차를 운전할 수도 없다. 음식도 다르다. 돼지고기는 먹지 않으며 몸과 마음에 해가 되는 성분을 허용하지 않아 최근 웰빙 음식으로 각광 받는 할라 푸드를 주로 섭취한다. 할라 푸드는 공정이 깨끗하고 이슬람 특유의 종교적인 율법을 통해 가공한 식품을 말한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언어적인 문제이다. 아랍어는 아직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언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우리나라의 보건의료가 중동에 진출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된다. 범정부 차원의 지원과 뒷받침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진출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선완

가톨릭관동대학 국제성모병원 기조실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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