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서의 오션토크] 바다식목일

입력
2015.05.24 13:16

우리가 세계 최초로 5월 10일 지정

해양생태계 사막화 현상 점점 심각

식목일 녹화 성공 못잖은 결실 기대

울창한 우리나라 산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한국전쟁 이후 벌거숭이 민둥산이 1960, 70년대 산림녹화에 힘을 써서 반세기만에 녹색 옷을 입었다. 위성사진을 보면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휴전선을 기준으로 남쪽은 녹색, 북쪽은 황토색으로 확연히 구분된다. 이런 결과가 나타나기까지에는 식목일이 큰 역할을 하였다.

잘 알듯이 4월 5일은 식목일이다. 예전에는 나무 심으라는 취지에서 식목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였지만, 지금은 공휴일이 아니라서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바다에도 식목일이 있다. 바로 5월 10일이다. 그러나 2013년 제정된 바다식목일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훼손된 해양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바다에 숲을 조성하자는 뜻에서 제정되었다.

바다 숲은 해조류나 잘피처럼 다양한 해양식물이 빽빽하게 자라 만들어진 숲을 말한다. 육지 숲처럼 바다 숲은 해양생태계를 부양하는 역할을 한다. 해양식물은 광합성을 해서 스스로 유기물을 만든다. 그러면 초식동물은 해양식물을 먹고,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먹는다. 해양생태계가 유지되는 원리이다. 바다 숲은 해양동물의 산란장과 성육장 역할도 한다. 바다 숲이 있는 곳에 해양동물이 많은 이유이다. 어디 그뿐이랴. 바다 숲은 해양식물의 광합성 작용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바닷물 속의 이산화탄소를 줄여주는 기능도 한다. 그러면 궁극적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도 줄어들어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영양염을 흡수하여 바닷물을 깨끗하게 정화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최근 지구온난화와 해양오염으로 인해 해양생태계가 바뀌고 있다. 바다 숲을 이루던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와 같은 해조류가 없어지고 대신 석회조류들이 번성하면서 바다 속 암반은 하얗게 변한다. 속칭 갯녹음이라고 하는 백화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육지로 치면 사막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저기 연안 개발로 바닷물이 탁해지면서 잘피밭도 훼손되고 있다.

우리 눈에 안보여서이지 지금 바다 속은 이처럼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 무성하던 바다 숲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삶의 보금자리를 잃은 물고기들도 사라지고 있다. 다음 세대에게 풍요로운 바다를 물려주려면 더 늦기 전에 바다 녹화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이것이 바다식목일을 제정한 취지이다. 바다에 미역 등의 해조류를 심어 인공적으로 바다 숲을 만들면 유용 해조류를 수확하여 식용이나 산업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고, 다른 수산 동물을 길러낼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식목일은 국토를 푸르게 만든 공이 있었지만 역사를 보면 부침이 많았다. 신라와 조선은 차치하고 최근 100년만 놓고 보자. 1911년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는 4월 3일을 식목일로 정하였다. 해방이 되고 미 군정청이 1946년 4월 5일을 식목일로 제정하였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1949년 식목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였다. 그러나 1960년 식목일을 공휴일에서 폐지하고 3월 5일 사방(砂防)의 날로 대체하였다가, 이듬해 다시 공휴일로 하였다. 사방이란 흙이나 모래가 비바람에 씻겨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말한다. 식목일은 2006년부터 다시 공휴일에서 폐지되어 기념일로만 남아있다. 식목일은 1872년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니 140여년의 역사를 가진 셈이다.

그에 비해 2013년 시작된 바다식목일의 역사는 짧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바다식목일이 만들어진지 이제 고작 3년째다. 바다식목일이 식목일처럼 앞으로 어떤 부침을 겪을지 모르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바다 숲이 울창해지기를 기대한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ㆍ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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