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의 유행어사전] 6월항쟁 30주년

입력
2017.02.28 16:59

올해는 1987년 6월 항쟁 30주년이다. 경제 침체와 경기 둔화, 사회적 양극화 및 분배 구조 악화, 청년 실업, 사회 고령화, 여성 혐오, 좌우간 정치-이념적 갈등 심화 등과 같이 산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국 사회의 장래를 낙관적으로 본다. 그것은, 단적으로 말해서, 독점 자본 삼성의 실질적 지배자인 이재용이 구속되었기 때문이다. 이건희 및 이재용 집안은 겨우 5% 안팎의 지분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를 지배해 왔다. 5%라는 숫자는 황교안이 여론조사에서 얻고 있는 지지도의 대략 절반에 해당한다.

이재용의 구속은 6개월 전만 하더라도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 노무현은 여러 가지 정치적 잘못을 저질렀는데, 그 중의 하나가 민간 기업, 특히 삼성을 포함한 재벌들의 정치ㆍ사회적 지배력 아래에 굴복한 것이다. 이재용에 대한 재판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는 더 눈 치켜 뜨고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어쨌거나 그만큼 한국 사회가 변화,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를 탄핵한 다음에 박근혜를 구속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다. 특검 연장을 거부한 황교안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나도 기본적으로 찬성이다. 어찌 박근혜나 황교안뿐이겠는가. 내 주변에는 ‘우꾸라지’도 꼭 구속시켜야 한다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1960년 4ㆍ19혁명 이후 거의 40년이 다 되어서 1987년 6월 항쟁이 일어났고, 지금은 6월 항쟁으로부터 30년이 지났다. 이러한 장기적 흐름에서 본다면, 박근혜와 우병우, 그리고 이재용의 구속 여부는 부차적인 것일 수도 있다. 내 말은 이들의 구속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더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눈으로 세상의 흐름을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 후보가 누가 되느냐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도 마찬가지다.

이런 전제 위에서 몇 가지 사안에 관해 내 견해를 밝힌다. 우선 사드 배치 문제다. 중국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 한국 사람들은 우리 중국과의 교역에서 많은 경제적 이익을 취하면서 우리의 안보에 위협적인 사드를 배치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지만, 사드는 중국에 위협적이라서 배치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설령 우리가 지금 중국과의 교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더라도 사드는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 사드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더 고조, 악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를 치명적인 핵전쟁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아주 크기 때문에 배치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미국으로부터의 군 작전권 환수 문제다. 다음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이것은 아주 필수적이다. 대한민국이 주권 국가인 한, 군 작전권의 환수는 아주 당연한 일이다. 작전권 환수를 반대하는 장성과 장교들은 즉시 사병으로 강등시킨 뒤에 예편시켜야 한다. 북한은 늘 이렇게 주장해 왔다: “남한은 미국의 정치, 군사적 식민지다”라고. 우리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서 정색을 하고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반드시 북한을 평화협정 체결 및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협력과 교류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정치권은 개헌 문제 등으로 시끄럽다. 개헌 문제의 본질은 이렇다. 박근혜와 최순실 두 명이 해먹던 것을 이제 국회의원 수백 명이 해먹겠다는 거다. 결국 개헌은 답이 아니다. 지금 개헌은 계파 보스들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다. 그 대신, 참여 민주주의와 숙의 민주주의를 확장,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내부자 고발을 장려하고, 더 나아가서 획기적으로 크게 보상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 국민소환제를 강화해야 한다.

검찰 독립 문제도 시급하다. 공수처는 답이 아니다. 차라리 검찰총장 직선제가 훨씬 더 낫다. 국회의 검찰총장 탄핵권을 명시하면 된다. 또, 판검사 임용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지금의 로스쿨 제도는 가진 자와 있는 자에게만 유리하다. 최소한의 활동 기간을 거친, 그리고 일정하게 능력과 성과가 검증된 변호사들을 후보로 삼은 다음에 추첨을 통해서 판검사를 뽑는 방식으로 가는 게 합리적이다. 또 배심원 제도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

이재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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