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남의 행복세상] 운칠기삼, 운칠복삼 그리고 ‘일빽’

입력
2017.11.21 14:23
30면

금수저와 흙수저 출발점부터 달라도

인복(人福) 만들기 자신에 달려 있어

스스로가 복을 많이 지을 수 있어야

‘운칠기삼’의 뜻을 찾아보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성패는 운에 달려 있는 것이지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운이 7할이고 재주가 3할”이라는 의미니 모든 일의 성패는 70%가 운에 달려있고 인간의 재주나 노력의 비중은 30%라는 뜻이다. 여기서 더 나가 ‘운칠복삼’이라고 해서 실력이나 노력의 여지는 아예 없고 소위 ‘빽’만이 중요한 요소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사전에는 ‘빽’이 ‘백(back)’의 잘못이라고 씌어있지만, ‘빽’이 많이 쓰인다). 근래에는 ‘금수저, 흙수저’ 논쟁마저 가세하여 흙수저로 태어난 사람은 금수저로 태어난 사람과 출발점부터 달라서 제 아무리 노력해도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고 한다.

젊은이들의 상담을 많이 받는 필자는 ‘운칠기삼’이나 ‘운칠복삼’을 말하며 자조하는 청년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역학에서는 태어난 ‘년월일시’로 운세를 풀이한다. 하지만, 같은 시각에 태어나더라도 어느 가정에서 태어나는가 역시 운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일 터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두 가지 모두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나면서 주어진다는 것이다. 반면에 복은 좀 다르다. 운처럼 ‘있다, 없다’는 표현도 있지만 ‘복을 받다, 못 받다’는 표현도 쓰인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말하는 복 중에 ‘인복’이 있다. 이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는 복”이라는 의미다. 자기 인생에 도움이 되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경우 “인복이 있다”고도 하지만 “복을 받았다”고도 말한다. 물론 누구나 도움을 주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를 만나게 된 후 ‘복을 받는 관계’로 만들어 가는 일은 결국 자기 몫이다.

필자는 직장 상사나 동료가 호감을 가진 부하나 동료를 천거하는 ‘일터에서 생긴 빽’이라는 의미로 ‘일빽’이라는 용어를 곧잘 사용한다. 굳이 문자로 표현하면 직장에서 생긴 인연이라는 의미로 ‘직연(職緣)’이라고나 할까? 혈연, 학연, 지연 등 소위 받쳐주는 배경(빽)이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자조하는 젊은이에게 필자는 ‘일빽을 만들라’고 권한다

일본의 니시나카 쓰토무 변호사는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만난 만 명이 넘는 의뢰인들의 삶을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운을 읽는 변호사’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몇 번이나 똑같은 곤경에 빠져 자신을 찾아오는 ‘운 나쁜 사람’과 하는 일마다 승승장구하며 행복한 인생을 사는 ‘운 좋은 사람’을 비교한 뒤 ‘운이 좋아지게 하는 방법’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필자는 니시나카 변호사가 말하는 ‘운이 좋아지게 하는 방법’과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복을 받는 방법’은 서로 일맥 상통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복을 받는 방법’은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에게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비결은 ‘자신이 손해를 보는 삶’을 사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적자생존(赤字生存)’이라고 이름 지었다. 궂은 일에는 앞장 서고, 상을 줄 때는 뒷전에 선다면 당장은 손해를 볼지 모르나 이는 결국 ‘복을 받는 비결’이 될 것이다. 그러다가 맨날 손해만 보는 삶을 살게 될까 두렵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인간에겐 ‘염치’라는 것이 있어서 남에게 매번 손해만 끼치려는 사람은 세상에 그다지 많지 않다.

좋은 가문에 태어나지 못했다고, 일류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고, 출신 지역이 나쁘다고 혈연, 학연, 지연을 한탄하지 말자. 그 대신 현재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하면서도 아울러 ‘적자생존’을 실천함으로써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직연(일빽)을 만들자. 예로부터 이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좋은 표현이 있다. “복 많이 지으세요!” 복을 많이 받는 비결은 결국 스스로 복을 많이 짓는 것이다.

오종남 새만금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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