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세계의 빈곤] 日, 한부모 가정 빈곤 지표 늘리고, 미혼모 가정에도 소득세 ‘과부공제’ 적용

입력
2020.06.09 06:00

 

 창간 66주년 기획 <2> 일본, 벼랑 몰리는 아이들 

 사회 전체의 양육ㆍ빈곤 책임 강화 목적 

지난해 12월 도쿄 도시마구 시이나마치 어린이식당을 찾은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식사를 하면서 이웃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지난해 12월 도쿄 도시마구 시이나마치 어린이식당을 찾은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식사를 하면서 이웃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빈곤 가정 어린이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담은 ‘어린이 빈곤대책 대강(大綱)’을 결정했다. 기존 대강을 5년만에 개정한 것인데, 양육과 빈곤 문제를 개별 가정에만 맡기지 않고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하는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새삼 강조했다.

대강은 기본 방침으로 △부모의 임신ㆍ출산부터 자녀의 자립까지 단절 없는 지원 △지원이 닿기 어려운 어린이ㆍ가정 배려 △지방ㆍ공공단체와의 충실한 연계 등을 제시했다. 특히 정부의 빈곤 실태 파악이 부족하다는 잇따른 지적을 수용해 어린이 빈곤 관련 지표를 기존 25개 항목에서 39개로 늘렸다. 추가된 것들은 대부분 한부모 가정의 빈곤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지표로 △지난 1년간 전기ㆍ가스ㆍ수도요금의 체납 경험 △지난 1년간 식료품ㆍ의복을 사지 못한 경험 등이다. 공공요금 체납 경험은 한부모 가정이 일반 가정에 비해 2배 이상 높았고, 식료품을 사지 못한 경험이 있는 한부모 가정은 34.9%에 달했다.

집권 자민당도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세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한부모 가정의 소득세를 경감해주는 ‘과부(寡婦)공제’ 대상을 혼인 경험이 없는 한부모 가정에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가족 형태의 변화로 모자 가정의 10%를 미혼모가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빈곤율 감소를 위한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은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또 정부의 지원을 유효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담겨 있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비영리법인(NPO) 등 민간이 중심이 된 어린이식당이 급증하는 것도 어린이 빈곤 문제 해결을 정부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준주임연구원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강조하고 취업빙하기 세대(1990년대 버블 붕괴 후 취업이 어려웠던 세대)의 정규직 취업 지원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한부모 가정의 빈곤을 개선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의 사회복지 지출에서 저출산ㆍ양육 지원 등 가족 분야의 비중은 1997년 3.2%에서 2017년 6.9%로 급증하는 등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