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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고 싶은 길, 가고 싶은 거리] <15> 부산 전포동 카페거리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카페거리'는 공구업체와 철물점이 가득했지만 이색 카페 등이 자리 잡으면서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부산의 대표적인 명소가 됐다. 2018년 방문객 수가 600만명에 육박했다. 부산시 부산진구 제공

지난 28일 오후 8시쯤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카페거리. “저기 카페가 정말 예쁘네!”, “인증샷부터 찍자!” 전포성당 앞 사거리에 모인 젊은이들이 아기자기한 소품이며, 조명, 각종 장식으로 치장한 카페와 음식점들을 찾아 다니기에 바빴다.

방학을 맞아 집에 내려왔다는 대학생 김은지(20)씨는 “조만간 다른 지역에 있는 친구들이 부산에 놀려오기로 했는데 이곳에 꼭 데리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전포동 전포카페거리의 다시 태어남(再生)은 극적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철물점과 공구 상점들이 즐비했던 곳이 전국 각지의 젊은이들이 성지 방문하듯 찾아 드는 카페와 음식점 명소로 탈바꿈했다. 해외 언론에서까지 ‘꼭 가봐야 할 세계명소’로 선정하기도 했다.

◇해운대 해수욕장 명성 못지 않다

이날 저녁 한 동남아 음식점 입구에는 식사시간이 지났음에도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인근 골목에 있는 스페인 식당은 이미 만석이었다. 5년째 이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한 식당 사장은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외지 손님들이 이 지역 분들보다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말했다.

개성 넘치는 카페는 물론이고, 태국, 일본, 스페인, 멕시코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맞볼 수 있는 식당들도 자리 잡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니 미용실, 의류 가게 등도 따라 둥지를 틀었다. 구청에 신고된 업소 수만 250곳이 넘는다. 서면 부전도서관 길 건너부터 440m, 부산진소방서 주변까지 650m 가량되는 길목과 골목에 가게들이 빼곡하다. 이성민(34)씨는 “‘다음 골목을 돌면 어떤 것이 나올까 기대가 될 정도로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부산전포카페거리. 그래픽= 송정근 기자

이곳은 전포성당과 놀이마루 중심에서 주변으로 계속해서 규모가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지금 ‘전리단길’과 ‘전포사잇길’이라고 불리는 거리는 기존 전포카페거리의 확장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부산시가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토대로 빅데이터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해 전포카페거리에는 583만명 가량이 찾아왔다. 부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해운대 해수욕장이 900만명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광안리 해수욕장은 370만명 정도였다.

주변 상인들이 “관광 명소로 이미 자리 매김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카페거리에는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카페와 식당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부산시 부산진구 제공

◇공구 업체 거리에서 카페거리로의 변신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전포카페거리는 ‘전포동 공구 상가’로 더 유명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에 의해 공업단지로 편입된 후 군사정권 시절 산업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전포동은 각종 공구, 부품, 기계 업체들과 철물점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도시철도 서면역 6번 출구를 나서 전포카페거리로 가면 나타나는 NC백화점 서면점만 하더라도 경남모직이 있던 자리다. 전포동에는 대우버스 생산 공장도 있었다.

2009년 이전까지만 해도 공구업체가 400개가 넘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부산의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이 곳 역시 2000년대 접어 들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부산진구는 “전포동 철물 상가 주변에 이색 카페거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전후”라고 말했다.

당시 영업에 어려움을 겪던 공구 상점들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차츰 문을 닫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 하나 둘씩 카페가 들어왔다. 그 무렵 이색적으로 꾸민 카페를 비롯한 음식점 등 30여 곳이 자리 잡으면서 지금의 카페거리가 만들어졌다.

◇도시재생과의 손잡고 급성장

카페와 음식점이 속속 들어서면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 정도로 거리가 번성할지 예상하지 못한 부산진구는 2011년 곧바로 전포카페거리가 얼마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가게는 얼마나 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부산진 관계자는 “카페와 지역주민 일자리가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업체 사장들과 협의하기도 했다”면서 “발전 가능성이 예상 밖으로 높아 도시 재생사업과 연계한 거리 활성화 시책을 본격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진구는 전포카페거리 입구에 조형물을 비롯한 안내 이정표, 가로등을 세우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메뉴판도 만들었다. 2016년에는 특례고시를 통해 옥외 테라스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아주 추운 날이 아니면 언제 가더라도 전포카페거리에서는 옥외 테라스에 앉아 커피와 음식을 편안하게 즐기는 젊은이들과 연인들을 볼 수 있다.

2017년 1월 뉴욕타임스는 ‘2017년 꼭 가봐야 할 세계명소 52곳’ 중 48위에 전포카페거리를 선정했다.

전포카페거리가 국제적으로 유명세를 타자 본격적인 재생사업이 펼쳐졌다. 거리 곳곳에 화단을 만들고, 보도블록을 정비하고, 벽걸이 화분을 설치했다. 벽화도 그려 넣었다.

주민 김종민(47)씨는 “도시재생 이후 유명해진 게 아니라 전포카페거리가 유명해지면서 이 일대 도심 재생이 이뤄진 특이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전포카페거리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카페와 음식점 등이 골목골목 마다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준다. 부산시 부산진구 제공

◇새로운 시도로 관광 핫플레이스 자리 유지

전포카페거리가 저절로 성숙한 것은 아니다. 입주 상인들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시도했다. 2017년 5월 전포카페거리 커피축제를 시작했고,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수공예품 등을 전시, 판매하는 아트프리마켓을 운영했다. 김성은 부산진구 관광과 주무관은 “주말에 열리는 아트프리마켓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하는데도 1만명 가량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2018년 6월에는 ‘부산커피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무료입장인 이곳은 165㎡ 규모로 김동규(43) 관장이 개인적으로 수집한 커피 저울, 로스터, 추출기, 커피잔 등 커피 관련 물품 430점 가량을 전시하고 있다. 이 중에는 1600~1700년대 독일에서 만들어진 나무 맷돌 그라인더를 비롯해 1850년대 포르투갈에서 제작된 대형 주물 커피 그라인더 등이 있다. 전시품은 김 관장이 중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지를 직접 찾아 경매 등을 통해 모은 것들이다. 대부분이 100년 이상 된 귀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이곳 상인들은 매년 가을 전포카페거리 축제를 열고, 폐교를 활용한 청소년복합문화센터인 ‘놀이마루’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와 연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서은숙 부산진구청장은 “보다 다채로운 모습으로 새롭게 변하면서 찾아오는 분들이 늘 다시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거리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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