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AI시대, 데이터 문해력에 달렸다

입력
2020.02.10 04:30
31면
우리는 AI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복잡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 내는 AI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절실하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문해력을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AI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복잡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 내는 AI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절실하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문해력을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을 작년 말에 가장 먼저 예측한 사실이 알려져 단숨에 유명해진 인공지능(AI) 기업이 있다. 사스 사태를 경험한 캐나다 감염병 전문 의사가 창업한 ‘블루닷(BlueDot)’이다. 비결이 궁금해 홈페이지를 둘러보던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블루닷의 사명을 소개하는 한 문장이었다. “블루닷은 사람과 AI가 함께 감염병으로부터 전 세계 사람들을 지킨다.”

실제로 블루닷에는 40여명의 전문가들이 있다. 창업자인 캄란 칸 박사는 의사, 역학자, 생태학자는 물론, 개발자, 엔지니어, 수학자, 통계학자, 데이터분석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팀을 꾸렸다. 전 세계 65개국의 뉴스 및 국제 항공 여정, 인구 분포와 유동성, 동물 감염병 및 해충 현황, 병의원 시설은 물론 실시간 기후까지도 고려하기 위해서다. 물론, 융합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AI의 몫이다. 그렇지만 감염병 확산 예측을 위해 어떤 데이터들이 필요한지를 설계하고, 머신러닝 기술이 분석한 결과를 의학ㆍ역학적으로 검토하여 결론을 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즉, “사람과 AI가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AI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데이터 문해력(data literacy)’이다. IT컨설팅기업 가트너는 데이터의 출처와 구조, 분석방법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적용할지를 설명하는 능력을 데이터 문해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가트너는 데이터 문해력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요소로 지목하면서, 2022년에는 90%에 달하는 거의 모든 기업들이 직원들의 데이터 문해력 개발을 위한 명시적 활동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모든 산업영역에서 미래 가치 창출을 위한 AI와 직원들 간의 협업과 시너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AI란 컴퓨터 공학이나 수학을 전공한 일부 사람들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AI는 이미지나 음성을 인식하거나 병을 진단하는 등 특정 업무를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점차 복합적인 문제를 분석하거나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등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AI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복잡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 내는 AI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절실하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문해력을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 지난 2008년부터 감염병 예측을 시도했던 ‘구글 플루 트렌드(GFT)’의 예를 보자. 구글의 AI 인재들이 검색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독감의 현황과 전파 경로를 보여 주고자 했지만, 정확도가 낮은 탓에 결국 서비스를 중단했다. 특정 빅데이터와 기술력에만 의존했던 탓이다. 앞으로는 오롯이 사람이 행한 연구보다, 자동화된 AI 알고리즘의 결과값보다, 사람과 AI가 함께 내린 분석 결과가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하여 각 국 질병관리본부(CDC)의 발표나 구글 플루 트렌드의 예측보다 블루닷의 예측이 더 정확한 것처럼 말이다.

정부의 정책과 의사결정 역시 마찬가지다. 당쟁이나 이권다툼 등 사람 간의 정치논리로 주먹구구식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우한 교민을 어디에 수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에 대한 결정은 공항과의 거리, 거주인구와 유동인구, 의료진과 의료시설 현황 및 격리 가능 환경 등 필요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데이터에 기반해야 한다. 총선을 앞둔 여야당의 힘겨루기로 보여질 수 있는 상황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선의에만 기대서는 안될 노릇이다. 정부가 데이터 문맹으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문해력을 갖춘 전문가로 인정받아야만 국민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전승화 데이터분석가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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