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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측근 구형량 감축에 담당 검사 4명 사건 안 맡겠다 반발

바 장관 법무부 독립성 보여 주려 각 세워

월리엄 바 법무장관이 1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했다. 사진은 바 장관이 지난해 11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복인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대통령의 트윗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며 “법무부의 형사문제에 대한 트윗을 그만 둘 때”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각료는 그가 처음이다. 그것도 최측근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됐다.

이 같은 언급은 최근 법무부가 트럼프 요구대로 그의 측근에 대한 구형량을 감축해 일선 검사 4명이 사임하는 등 ‘검란’ 조짐이 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곤경에 처한 바 장관이 내부 반발을 무마하고 대통령의 사법 개입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법무부의 독립성을 보여주려는 ‘체면 세우기’용 연출이란 해석이 유력하다.

바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법무부와 법무부 사람들, 법무부에서 처리 중인 사건들, 그리고 우리 사건들을 다루는 판사들에 대한 (대통령의) 공개 발언과 트윗이 일을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법원과 검사들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지 않고 있다”면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나는 누구로부터도 영향을 받지도, 괴롭힘을 당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옳은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2월 임명된 바 장관은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보고서를 축소 발표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그간 트럼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온 충성파다. 그는 최근에도 트럼프의 전직 비선 참모인 로저 스톤 재판에서 대통령 요구에 떠밀려 일선 검사들이 내린 구형 형량을 뒤집었다는 비판에 휩싸여 있다. 러시아 스캔들 위증 등 혐의로 기소된 스톤에게 검찰이 10일 7~9년 징역형을 구형하자 트럼프는 이튿날 트위터에 “매우 끔찍하다”며 담당 검사들을 공격했다.

이후 법무부는 징역형을 요구하되 형량은 판사에 맡기는 내용의 새로운 구형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바 장관이 통제 불능 사건을 책임졌다”고 한껏 칭찬했다. 사실상 트럼프와 보조를 맞춘 셈이다. 일선 검사들은 격하게 반발했다. 담당 검사 중 4명이 사임했고 민주당은 트럼프가 또 ‘사법 방해’를 저질렀다며 장관을 내달 31일 청문회에 세우겠다고 벼르는 등 논란이 증폭되는 중이었다.

이런 일련의 정황을 고려하면 그의 인터뷰는 트럼프 트윗이 장관 위신을 추락시키고 사법 개입 비판만 부채질한다는 하소연에 가깝다. 그는 이날 “구형량 감축은 대통령 트윗 이전에 결정된 사안”이라며 독립성을 강조하려 안간힘을 썼다. 바 장관의 한 측근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그는 대통령의 많은 신뢰를 받아 다소 쓴 소리를 할 수 있다”라며 트럼프와 갈등을 빚다 사임한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변호했다.

그러나 여론은 ‘정치적 연극’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바 장관이 미리 인터뷰 내용의 윤곽을 트럼프에게 전달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보도가 사실이면 트럼프의 허락을 받은 셈이나 다름없다. 트럼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은 해당 발언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며 “법무장관을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대외적 위신을 중시하는 트럼프가 체면이 깎였다고 판단할 경우 분풀이에 나설 여지는 얼마든지 남아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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