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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뻣뻣 선거운동’으로 자존심 지킬 것
TK는 당의 심장, 불출마 꽁무니 PK와 달라
미래통합당, 수성 전략으로 전쟁 임해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에서 “환호합시다”라고 외치며 두 손을 번쩍 들고 있다. 오대근 기자

“실전은 기세야, 기세.” 영화 ‘기생충’ 속 명대사다. 전쟁이나 다름없는 선거도 마찬가지다. 다만, 선거에서 승리의 기세는 올라타는 게 아닌 8할이 만들어 가는 것. 상대의 잇단 패착에, 승기를 잡았다고 착각하는 미래통합당에 전하는 4ㆍ15 총선 필승 전략.

#1. 중진들, 자기 지역에 또 출마.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뿌리인 미래통합당은 야당 중 가장 역사가 깊다. 그간 불철주야 텃밭 일구며 선수를 쌓은 의원들도 많다. 이들이 자기 지역구에서 또 당선돼야 당의 허리를 튼튼하게 할 수 있다. 특히 대구ㆍ경북(TK) 의원들이 불변하게 당의 심장을 지켜주셔야겠다. 험지에서 신승(辛勝)해 왔던 의원들이 뒤에서 “TK 의원들은 선거 운동할 때 악수하는 자세부터 다르더라” “TK 3선은 솔직히 1.5선쯤으로 봐야 하지 않나”라고 하는 말에 신경 쓸 것 없다. 다 시기해서 하는 말이다.

일찍이 불출마 선언을 했던 6선 김무성 의원이 “당이 요청하면, 광주든 여수든 나가겠다”며 중진들 험지 출마의 불쏘시개를 자청했지만, 혹하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 내 배지 내가 지켜야지, 당을 걱정할 때인가. 인지도 높은 다선 의원들이 대거 호남 같은 험지에 출마하면, ‘보수가 달라졌다’는 메시지는 확실히 심어주겠지만 그게 무슨 소용. 국민들이 감동받는다고 그게 다 표가 되는 건 아니잖나. 지더라도 멋진 선거전? 선거는 무조건 이겨야지.

#2. 숨은 텃밭도 제대로 지키자. 텃밭 하면 흔히 TK만 떠올리지만, 찾아보면 서울, 인천, 수도권, 강원, 충청에도 구석구석 노른자 땅이 많다. 그런 지역구에서 조용히 선수를 올린 일개미 같은 의원들이 적지 않다. 이런 곳에 신진 정치인을 ‘등용 공천’해야 한다니. 이들의 피땀을 무시하는 처사다. 좋은 시절에나 텃밭이었지, 더불어민주당이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곳도 많다. 의원에게 미래가 있어야, 당의 미래도 있는 것. 방심은 금물이다.

#3. ‘진박’ 책임 물어 무엇하나. 보수가 궤멸에 이른 원인 중 하나가 박근혜 정부 시절 오만한 ‘진박 공천’이라는데, 탄핵이라는 누란지위의 시기에 이 당을 지킨 건 진박이었다. 통합한 마당에, 옛일 들먹이며 책임 물어봤자 분열이나 일으키지. ‘진실한 친박’이라서 공천 받아 초선이 되고 재선을 한 것도 다 능력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양심적으로 불출마 선언하고 ‘진박이었기에 송구합니다’ 백배사죄하라고 할 수 있나. 오히려 배신하지 않고 의리를 지킨 대가를 받아야 한다.

#4. 황교안 대표, ‘뻣뻣 선거운동’으로 자존심 지켜라.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문재인 정부의 간판이자 차기 대선주자와 맞붙는데 어떻게 고개를 숙이고 다니나. 보수를 이 지경으로 만든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했다는 책임을 인정하고 시작하면, 그거야말로 패자의 길. 떡볶이에 어묵 먹으며 밀레니얼 세대와 어울릴 줄도 알아야 하는 법. 사람이 여유가 있어야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살아나온다. 말을 줄이라는 충언도 있는 모양인데, 설화라도 만들어야 기사 한 줄이라도 더 난다.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 ‘사죄합니다, 받들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다. 다시 말하지만, 선거는 기세다.

#5. 유승민 절대 데려오지 마라. 유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을 때 황 대표가 원래 일정 다 소화하고 찾아가지 않은 것, 정말 잘했다.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최전선에서 함께 총선 승리를 이끌자”고 삼고초려해봐야, ‘투톱 체제’로 피곤해지기나 한다. 자고로 하늘 아래 태양은 하나, 모름지기 당도 구심이 하나여야 분열이 없다. 유 의원이 중도층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건 과대포장이다. ‘자유우파’ 결집이 우선이다. 그러면 중도표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여기까지. ‘이거 필패 전략 아냐?’ 했다면 빙고. 진짜 필승 전략은, 문장의 의미를 반대로 바꿔서 다시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김지은 논설위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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