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트럼프의 대화는 전쟁을 의미 할 수도 있다

입력
2020.02.25 04:30
29면
홍콩 시민들이 지난해 12월 1일 미국 영사관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 팻말과 성조기를 흔들며 중국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홍콩 시민들이 지난해 12월 1일 미국 영사관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 팻말과 성조기를 흔들며 중국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 상원의원 중에서도 몇몇은 그가 재선하기 위해 약소 동맹국에 그의 정적을 비방하는 등 강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강요라고 하진 않았지만 테네시 상원의원 라마르 알렉산더는 완곡한 말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타국 지도자에게 자신의 정적에 대한 조사를 종용하고 이를 위해 미국의 원조를 보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러나 공화당 상원위원 대부분은 이를 눈감아 주었다. 뉴욕 민주당대표 하킴 제프리스는 국가 안보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이런 면죄는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신뢰를 더 떨어뜨리겠지만, 대통령에 대한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독재자와 우익 포퓰리스트 사이에서 그의 명성은 여전히 높다. ‘진보주의자’는 물론 자유주의자 사이에서도 그의 이름은 여전히 불명예스럽다.

그런데 다 그렇진 않다. 홍콩과 대만은 민주시위에서 성조기가 여전히 영향력을 가지는 마지막 장소일 게다. 시위대 공동의 적은 중국독재와 그 지지자들, 대부분 사업적으로 크게 연관된 보수층과 트럼프에게 투표할 사람들이다.

미국에 대한 열광은 성조기 그 이상이다. 이 두 곳에서 자유민주당원들이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하는데, 이유는 분명하다. 적의 적인 트럼프를 아군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동성애자와 소수민족을 대변하는 차이잉원의 정책은 트럼프 공화당정책과 공통점이 거의 없다. 2016년, 트럼프는 이례적으로 총통에게 전화했고, 이것이 1979년 이후 대만과 미국 정상 사이 첫 직접 소통임을 안 총통은 그에게 승리를 축하했다.

대만은 알려진 대로 공화당 반공산주의 강경주의자들의 총아였다. 그러나 1972년 당시 중국과의 외교관계 개선을 위해 닉슨은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인정했다. 타이베이 미대사관이 베이징으로 이주한 1979년, 대만 민주주의가 확립되기 시작했고 이젠 완전 민주공화국이다. 중국과 통일은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언론의 자유를 축소시키고, ‘애국적 교육’을 도입하고, 직접 참정권을 제한하려는 중국의 공작에 홍콩이 항의했을 때 트럼프는 돕지 못했다. 오히려 시진핑에게 “매우 책임감 있게 행동했다”며 칭찬했다.

그러나 인권침해혐의로 고발된 홍콩과 중국 관리에게 제재 조치를 가하는 법안이 미국에서 통과됐을 때, 트럼프는 학생시위대의 영웅이 됐다. 현수막을 들고 그에게 감사했고, "홍콩 해방"을 외쳤다.

홍콩 상황은 대만에 경고를 한다. 차이잉원과 민주진보당은 1월 총통 및 입법선거에서, 중국이 홍콩에서 보인 협박과, 홍콩의 자유를 지키지 않는 ‘일국양제’를 대만도 곧 따라야 한다는 시진핑의 말에 크게 영향받아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오늘은 홍콩, 내일은 대만”이라는 민진당의 슬로건은 단도직입적이다.

홍콩과 대만인들은 대부분 교양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트럼프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홍콩은 거의 중국식민지고, 대만은 군사적 위협을 받는다. 동맹국에 대해 선택여지가 없다. 홍콩과 대만시민들은 국제적 지원 없인 그들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와 같이, 단순 느낌에 의하거나 TV를 보고 보좌관에게도 일언반구 없이 자주 생각을 바꾸는 믿을 수 없고 성급한 사람에게 의존해야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의 최고 동맹국 중 시리아의 쿠르드족이 이를 입증해 준다.

트럼프는 중국같은 중요사안에도 변덕이 심하다. 그에겐 국가안보보다는 누구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는지, 폭스뉴스에 어떻게 나올 지가 더 중요하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해 자랑했다가도 시진핑에게 깊이 감탄했다고 한다. 북한에 대한 정책도 한껏 몰아붙였다가 김정은과의 동지애를 논하는 등 비일관적이다.

미국의 동맹은 트럼프의 지지 언사를 말 그대로 믿는 것은 분명히 위험하다. 미국의 적대국이 트럼프에게 허세를 증명해 보라면 어떨까?

만약 중국정부의 ‘재통일’이 평화롭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이 개입하여 대만을 장악하지 못하게 하겠다 약속한 것처럼 그대로 할 거라 확신한다면, 중국은 제정신이 아니고 서야 미국과 전쟁을 감수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통령인 지금, 확신하긴 어렵다.

대만 민주주의의 수호는 미국이 동아시아에 관여하는 주목적이 아니다. 대만해협은 이 지역 다른 미국동맹, 주로 일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열어 놔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런 사안에 별 관심이 없으며 중국은 이를 알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국가안보가 협상대상인지 알아볼 필요가 없다. 대기업에게 개방한 냉소적 공산국가로서 이미 외국자본가가 현금에만 관심 있다고 믿는다. 매력적인 금융거래를 제안하면 트럼프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하게 해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시진핑의 최우선 과제는 대만과의 통일이다. 트럼프가 급격한 선택을 할 경우 그가 무슨 말과 행동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게 문제다. 중국은 그의 반대의견을 그저 허튼소리로 생각할 수 있다. 궁지에 몰리게 되면 트럼프는 자신의 언행을 증명해야 한다. 그 사이 동아시아는 물론 많은 곳의 상황이 악화될 것이다. 안 그럴 수도 있지만 트럼프의 엄포와 중국의 경멸과 피해망상증을 감안할 때 이런 결과는 아주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언 부르마 미국 바드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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