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영국에서도… 유소년 ‘헤딩 훈련’ 금지

입력
2020.02.25 10:19
수정
2020.02.25 18:21
구독
국내 유소년 선수들이 헤딩경쟁을 하는 모습. 대한축구협회 제공
국내 유소년 선수들이 헤딩경쟁을 하는 모습. 대한축구협회 제공

미국에 이어 ‘축구종가’ 잉글랜드에서 12세 미만 유소년은 헤딩 훈련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지난 2015년 미국축구협회가 10세 미만 유소년 선수들의 헤딩을 전면 금지하기로 한 데 이은 파격적인 조치다. 대한축구협회는 헤딩 훈련 금지 취지엔 공감하지만 세계적 추세를 조금 지켜본 뒤 본격 논의해 보겠다는 의견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6세 이하(U-6)부터 18세 이하(U-18)까지 연령대별로 유소년 훈련에 적용할 새로운 헤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25일(한국시간) 발표했다. 새 가이드라인은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축구협회도 도입한다. 경기 중에는 이전과 같이 헤딩을 할 수 있지만, 훈련에선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FA의 새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초등학생인 만 12세 미만까지는 헤딩 훈련을 아예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후 12세부터 18세까지는 헤딩 훈련을 최소화하면서 단계적으로 늘려간다. 12세는 한 달에 한 차례 헤딩 훈련을 할 수 있고, 이때도 최대 다섯 번까지만 헤딩할 수 있다. 13세 때는 1주에 한 번 헤딩 훈련을 할 수 있지만 역시 다섯 번까지만 헤딩이 허용되고, 14세부터 16세까지는 1주에 한 번의 헤딩 훈련과 최대 10번까지의 헤딩이 가능하다. 17,18세 선수들은 경기 중 헤딩 상황을 고려해 가능한 한 헤딩 훈련을 줄이도록 권장했다.

이 같은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10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 연구진이 FA와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지원을 받아 축구와 뇌 손상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결과를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연구진이 1900∼1976년에 태어난 축구선수들과 23만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선수들은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뇌 손상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의 3.5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FA는 “비록 헤딩과의 인과 관계는 입증되지 않았지만, 어떠한 잠재적 위험 요소도 줄이기 위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마크 불링엄 FA 최고경영자(CEO)는 “진일보한 새 가이드라인은 코치나 선생님들이 유소년축구에서 반복적이고 불필요한 헤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2015년 미국축구협회는 잉글랜드와 같은 이유로 10세 이하 유소년 선수는 훈련이나 경기 중 헤딩을 전면 금지하고, 11~13세 사이 선수들의 헤딩 횟수를 제한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세계적 흐름을 파악하고 있지만 헤딩 훈련 금지 조치는 조금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도입된 8인제 축구 규정상 선수들이 패스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가게 되는 요인이 많아졌고 골키퍼의 롱 킥이 제한돼 헤딩도 자연스레 많이 줄었다”며 “이에 따라 유소년 지도자들도 무리한 헤딩 훈련을 줄여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