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What] 신종 코로나에 효과? 일본산 ‘아비간’ 어떤 약이기에

입력
2020.02.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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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 등 효과 없을 때만 극약 처방제로 사용 

 임신부 투약 시 태아 사망ㆍ기형 위험… 요산수치 높이는 부작용도 

일본 제조사의 항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제 ‘아비간(アビガンㆍAvigan)’. 후지필름 도야마 화학
일본 제조사의 항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제 ‘아비간(アビガンㆍAvigan)’. 후지필름 도야마 화학

전 세계 38개 나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5일 오전 기준 8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사망자만 해도 2,700여명으로 집계되는데요.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직 세계적 대유행인 ‘팬데믹(Pandemic)’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불안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코로나19를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약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인데요. 일본에서 개발한 의약품 ‘아비간(アビガンㆍAvigan)’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데요. 우리 정부도 이 약을 들여오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이 약과 관련해 “국내에 아직 허가돼 있지 않은 의약품으로 수입특례를 적용해 국내에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코로나 환자에게 이 약을 사용할지를 두고 아직 중앙임상위원회와 논의 중이라고 해요.

 아비간, 대체 어떤 약이기에? 

이 약은 일본 후지필름의 자회사인 후지필름 도야마 화학이 개발한 항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제입니다. 일본에서는 주로 ‘화비삐라비루(ファビピラビルㆍFavipiravir)’라고 불립니다. 신종 인플루엔자와 같은 바이러스의 핵심 성분인 유전 물질 리보핵산(RNA)의 복제를 막는 원리라고 해요. 기존의 항 인플루엔자제와는 작용기전이 달라 ‘에볼라(Ebola)’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었죠.

주목할 부분은 아비간이 일본에서 극약 처방전 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입니다. 2014년 3월 승인을 받았을 때부터 사용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먼저 이 약은 기존의 타미플루 등 항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약이 치료 효과가 없거나 부족할 경우에만 쓸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신종 플루가 발생했다는 판단을 해야 하고 후생노동성이 아비간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해야 합니다.

 왜 극약 처방전 의약품이 됐지? 

후지필름 도야마 화학에 따르면 이 약을 임신부에게 투약할 경우 태아에게 노출돼 초기 배아가 사망하거나 기형을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고 하는데요. 임신했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에게는 사용하지 않도록 경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남성 환자에게 투약할 경우 정액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복용 기간은 물론 중단 이후 7일간 피임을 철저히 하고, 특히 이 기간 동안 임신부와 성 관계를 하지 않도록 지도하게끔 하고 있는데요. 이외 혈중 요산치를 높일 수 있는 약의 특성상 통풍 및 고요산혈증 등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는 신중하게 투여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 국립 국제의료연구센터 의료진.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도쿄 국립 국제의료연구센터 의료진.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그래서 신종 코로나에 효과가 있대? 

일본 정부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국립의료연구센터 중심으로 연구팀을 꾸려 22일부터 신종 코로나에 대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아비간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임상실험을 시작했는데요. 이후 정부 관계자 발로 “아비간을 시험 투여한 결과 경증 환자의 증상을 약화하고 무증상 감염자의 증상 발현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사용을 권장하기로 했다”는 취지의 희소식이 보도됐죠.

일본 정부는 이르면 이날부터 전국적으로 신종 코로나 환자에게 아비간을 투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은 2013년 ‘신종플루 등 대책 지침’에 따라 현재 200만 명분을 비축하고 있다고 하네요.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적극 활용을 지시하고, 후생노동성이 제조사에 이 약을 증산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는데요.

이로 인해 이날 일본 증시의 니케이225지수가 3%포인트(P) 가까이 빠진 하락장에서도 아비간 제조사의 모회사인 후지필름 주가가 장중 일시적으로 8.8%P 상승해 5,890엔까지 치솟는 일도 있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 수치가 1974년 9월1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라 분석하기도 했는데요. 신종 코로나 사태의 희망이 될 수 있을지 그만큼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겠죠.

 한국의 치료제는?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에 대한 치료제나 백신은 아직 없는 상태인데요. 국내에서도 관련 신약을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임상시험 1상을 완료한 상태라고 하네요. 국내에서는 현재 신종 코로나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Kaletra)’와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고통받는 확진자와 가족에게 일상을 되돌려 줄 기쁜 소식이 하루빨리 들려왔으면 합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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