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봉쇄’ 언급에… “책상머리 앉아 무책임한 발언” 대구 민심 격앙

입력
2020.02.25 19:58
수정
2020.02.25 22: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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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서 정치권의 대구봉쇄 발언에 대한 해명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서 정치권의 대구봉쇄 발언에 대한 해명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치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책을 내놓는 과정에 ‘대구ㆍ청도 봉쇄 조치’를 언급하면서 대구경북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어서는 최대한의 봉쇄정책을 시행키로 했다”고 밝히면서 대구 민심은 극도로 격앙됐다.

이 소식이 온라인을 통해 보도되자마자 대구에서는 소문으로만 떠돌던 지역 봉쇄가 현실화한다며 집단 패닉에 빠졌다. ‘셀프 자가격리’를 하다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에도 대형마트로 달려가 2, 3시간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던 시민들은 진위 확인을 하느라 부산했고, 정치권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분노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대구 달서구 이곡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9)씨는 “대구시민들이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멀리 서울 책상머리에 앉아 무책임한 발언을 서슴없이 떠드는 사람들은 어느 나라 정치인이냐”고 흥분했다.

수성구에 사는 김성수(32)씨는 “지역 봉쇄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와 파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고 입밖에 내는지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며 “실제로 봉쇄 조치가 이뤄지면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한 50대 남성은 서울 친구들과의 단톡방 대화에서 “온라인에 벌써 ‘대구 수구 꼴통 봉쇄하라’는 댓글이 올라오는 걸 보니 어이가 없다” 며 “민란 한번 나겠네”라고 띄웠다.

‘대구 폐렴’, ‘대구 코로나’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던 권영진 대구시장도 이날 브리핑 때 ‘대구봉쇄론’ 얘기를 듣고는 “만약 지역 출입 봉쇄와 같은 의미로 얘기했다면 대구시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 봉쇄가 아니라 신종 코로나 전파 확산 차단”이라고 해명하면서 일단락 됐지만 가뜩이나 불안한 대구민심은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대구=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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