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기업 체감경기 급랭… 2월 BSI ‘역대 최대’ 10포인트 추락

입력
2020.02.26 06:20
수정
2020.02.2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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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금융위기ㆍ메르스보다 큰 충격

2월 BSI, 1월 대비 10포인트 내린 65

자동차 -18ㆍ도소매업 -13 등 업종별 타격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가 국내 기업의 체감경기도 덮쳤다.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 및 경제심리지수(E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달 전 산업 업황 BSI는 한 달 전보다 10포인트 내린 65로 집계됐다.

2003년 1월 관련 조사가 시작된 후 최대 하락폭이다. 앞서 BSI가 전월 대비 9포인트 하락한 것은 세 차례 있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이 확산한 2015년 6월과 유럽 재정위기가 온 2012년 7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어진 2008년 11월 등이다.

지수 기준으로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로 우리 수출이 연거푸 감소한 2016년 2월(63) 이후 가장 낮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업황 BSI(65)가 한 달 전보다 11포인트 꺾였다. 특히 중국으로 가는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전자ㆍ영상ㆍ통신장비(71) 업종이 18포인트 급락했다.

자동차 업종의 체감경기도 18포인트 떨어진 56으로 집계됐으며, 자동차 산업과 연관이 높은 금속가공(54) 업종의 BSI도 11포인트 내렸다. 중국산 부품을 구하지 못해 일부 완성차 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한 영향이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72)과 중소기업(58)이 모두 11포인트씩 떨어졌다. 형태별로는 수출기업이 13포인트 하락한 72, 내수기업이 10포인트 내린 61이었다.

음식점, 도ㆍ소매 업종이 속한 비제조업(64) BSI는 9포인트 하락했다. 낙폭은 메르스가 닥친 2015년 6월(11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도소매업(59)이 13포인트 하락하며 2012년 11월(58)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국내외 여객 및 물동량 감소에 운수창고업(60)은 24포인트 급락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전 산업 업황 전망 BSI는 69로 7포인트 하락했다. 이달 조사가 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이전인 11~18일 사이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3월에도 BSI 하향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BSI란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부정적으로 응답한 기업이 긍정적으로 본 곳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돌게 된다. 경기를 비관적으로 인식한 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를 합쳐 산출한 경제 심리지수(ESI)는 8.5포인트 내린 87.2로 집계됐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3월(69.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계절적 요인 등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는 0.9포인트 내린 89.7이었다. 지수 수준은 2009년 5월(87.6) 이후 가장 낮았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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