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창섭의 몸과 삶] 허파의 수난 시대

입력
2020.03.10 18:00
수정
2020.03.10 18:02
25면
허파 속으로 들어온 이물질을 적절히 제거하지 못하면 염증이 발생하고 곧 허파의 여러 곳으로 퍼져 허파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폐렴이 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허파 속으로 들어온 이물질을 적절히 제거하지 못하면 염증이 발생하고 곧 허파의 여러 곳으로 퍼져 허파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폐렴이 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폐렴은 허파에 염증이 생겨 허파의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상황을 말한다. 허파는 몸 속에서 만들어진 노폐물인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기관이다. 산소교환은 허파꽈리에서 일어난다.

콧구멍에서 허파꽈리까지 마치 나뭇가지가 가지를 치듯 점차 나누어지면서 공기가 지나가는 관들을 숨길이라고 부른다. 그 길이는 전부 합쳐서 약 2,400㎞ 정도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를 대충 400㎞라고 하면 거의 3번을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이렇게 숨길이 긴 까닭은 산소교환의 장소인 허파꽈리의 크기가 워낙 작아 각각의 허파꽈리까지 이어진 뒷골목이 많이 필요한 탓도 있겠지만 숨길이 가지고 있는 여러 기능과도 관련이 있다. 그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허파꽈리 속으로 들어가는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하는 거름장치의 역할일 것이다.

공기 속에는 산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세먼지를 비롯해서 꽃가루, 세균 등등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떠다닌다. 대충 한 명이 하룻동안 숨쉬는 공기 속에 약 200억개의 이물질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 중에는 몸에 별로 해가 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거나 병을 유발하는 것들도 있기 때문에 우리 몸은 숨쉬는 공기 속에 들어있는 이물질들을 가능한 완벽하게 제거한다.

덩치가 큰 것들은 코털에서 걸러진다. 코털을 통과한 이물질이 숨길 속에 들어가면 재채기나 기침이라는 반사작용을 통해 몸 밖으로 날려 보내는 극단의 방법을 쓰기도 한다. 그래도 제거되지 않은 이물질은 숨길을 덮고 있는 끈적끈적한 점막으로 붙잡아서 섬모작용을 이용하여 목구멍으로 옮긴다. 목구멍에서 이물질은 먹히거나 가래의 형태로 제거된다. 그래도 걸러지지 않은 것들은 허파꽈리 속에까지 들어갈 수 있다. 허파꽈리 속에까지 들어간 이물질은 큰포식세포가 잡아먹어 제거하는데 기본적으로 가래의 형태로 배출하거나 허파 속에서 별도로 가두어 두기도 한다. 허파 속으로 들어온 이물질을 이런 과정을 통해 적절히 제거하지 못하여 염증이 발생되면, 곧 허파의 여러 곳으로 퍼져 허파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폐렴이 될 수 있다.

외국으로부터 입국하는 사람들 중에는 감염병을 앓고 있거나 우리나라 국민에게 해가 될만한 사람들이 섞여 있을 수 있다. 출입국관리소의 입국심사를 통해 이런 사람들을 찾아내어 입국을 막거나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이 단계가 코털이나 재채기를 사용하여 걸러내는 단계에 해당할 것이다. 입국심사를 통과해서 입국이 허용되었다고 하더라도 감염병이 도는 위험 지역을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일정기간 활동을 자제하라고 할 수 있다. 이 기간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증상이 나타나면 선별진료소를 찾아서 검사를 받아 감염병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어 치료할 수 있다. 숨길에서 일어나는 점액의 끈끈이 작용과 섬모운동을 통한 제거 단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반인 사이에서 감염병에 걸린 사람들이 나타난다. 이런 경우에는 허파꽈리큰포식세포처럼 한 명 한 명 찾아서 대처해야 한다. 동선을 파악하고 감염병에 걸린 사람을 건강한 사람들과 격리시켜 치료를 하면서 동시에 병의 전파를 막아야 한다.

이런 다양한 단계에서 감염병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어 입국을 막고, 격리하고, 질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감염병은 한 명으로부터 시작하여 접촉한 주위사람들, 마을, 그리고 사회 전체로 퍼져 나간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단계에서 다양한 실수나 오류가 있었고, 그 결과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감염병의 전파 차단, 병에 걸린 분들을 잘 치료하는 것 외에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폐렴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당연히 산소교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소교환이 안되니 산소가 부족해지고, 몸의 각 부분에서 필요한 만큼 산소를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산소가 부족해지면 심장, 콩팥, 간 등 주요 장기의 기능이 심하게 손상되다가 결국에는 아예 멈추게 되는 소위 ‘장기부전’에 이르게 되고 결국은 사망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이렇기 때문에 폐렴의 치료는 허파뿐 아니라 몸 전체의 손상을 최소화하도록 첨단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이 동원된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폐렴은 치료후에 허파가 굳어져 공기가 잘 들락거리지 못하게 되는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그 결과, 우리 몸은 두고두고 산소가 부족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감염병이 지역사회로 퍼지면 개인 간의 접촉이 줄어들고, 사회적 경제적 활동이 위축된다. 나아가 외교 문제가 발생하거나 치안이나 국방에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어려운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이나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 간의 신뢰에도 손상이 가고, 사회적 불안이 증폭될 수도 있다. 감염병으로부터 벗어난 후 우리 사회가 원래대로 회복하는 데 필요한 유연성이 줄어들 수도 있다. 지금은 코로나19가 지나간 뒤 우리 사회와 경제가 심하게 굳어지지 않도록 신뢰할 수 있는 다각적인 검토와 대처가 필요한 때이다.

엄창섭 고려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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