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확진자 1만명,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신중해야

입력
2020.04.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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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등 사회적거리두기 전문가들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등 사회적거리두기 전문가들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3일 총 1만6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74일 만에 1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 2월 중순 대구ㆍ경북 지역 일대의 신천지 신도들의 집단감염으로 한때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확진자 숫자가 많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기도 했고, 누적 사망자가 170명을 넘을 정도로 적지 않은 희생자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의료체계의 붕괴를 막아내고 완치자가 신규 확진자보다 많은 ‘골든 크로스’ 상황으로 빠르게 반전시킨 건 불철주야 현장을 지킨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개인 위생 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한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이었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요원하고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가도 가을에 ‘2차 확산’이 발발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유럽과 미국으로 옮아간 진앙지가 다시 동아시아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고삐를 잠시라도 늦추는 순간 순식간에 집단감염을 발생시키는 코로나19의 가공할 만한 전파력은 모두가 경험한 바다.

두 달 이상 지속된 사회적 거리 두기 탓에 생활이 위축되고 많은 이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사실이다. 이렇게 위축된 생활을 무한정으로 지속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제 가능한 범위 안으로 확진자 숫자가 줄어들 때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는 불가피하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이날 “사회적 거리 두기는 치료보다 더 효과적인 예방조치”라고 밝힌 것도 그래서다. 무증상 감염, 해외 유입자, 의료기관과 요양시설 감염 확산 등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불씨도 여전하다. 이날 기저질환을 앓던 60세 의사가 숨지는 등 감염 위험에 노출된 의료진 보호도 발등의 불이다.

정부는 종교ㆍ유흥시설에 대한 강제 운영 제한 등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의 연장 여부를 4일 발표한다고 한다. 정부 결정에는 국민의 건강권 보호가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 시민들 역시 불편함이 따르더라도 일상 복귀를 앞당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실천임을 명심하고 조금 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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