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공장’서 살아남았다…견생역전 기다리는 몰티즈

입력
2020.04.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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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228. 세 살 이상 추정 암컷 빈이

뒷다리가 하나 없고 왼쪽 눈도 안보이지만 밝은 성경의 빈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뒷다리가 하나 없고 왼쪽 눈도 안보이지만 밝은 성경의 빈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2016년 SBS의 TV동물농장을 통해 알려진 이른바 ‘강아지 공장’사건 기억하시나요. 당시 어미개 강제 교배와 임신, 불법 마약류를 사용한 제왕절개수술 등의 참혹한 실태가 방송되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는데요. 강아지 공장 사태를 계기로 2018년 3월부터 불법 동물생산판매를 금지하기 위한 동물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신고제였던 동물생산업은 허가제로 전환됐고 △매년 1회 이상 동물판매업자를 정기 점검하게 됐고 △무허가 영업이 적발될 경우 기존 100만원 이하에서 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벌칙이 강화된 게 주요 내용입니다.

4년이 지난 지금 불법 번식장은 사라졌을까요. 동물단체들에 따르면 불행하게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법 번식장이 성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1월 경북 영천 한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 당시 빈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 1월 경북 영천 한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 당시 빈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올해 1월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경북 영천의 한 불법 번식장에 있는 개들 80여마리를 구조했습니다. 고가 밑 주소조차 없는 허허벌판 비닐하우스에는 오물과 먼지가 가득 쌓인 뜬장(동물들의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밑면에 구멍을 뚫은 장)이 들어차 있었는데요. 이곳에서 개들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고 있었지요. 개들은 오랜 뜬장에서 생활한 탓인지 대부분의 개들이 제대로 서 있지도 앉아 있지도 못한 상태였습니다. 일부는 다리를 절거나 한쪽 뒷다리가 없는 개들도 눈에 띄었지요.

동물자유연대는 건강에 이상이 있거나 임신 가능성이 보이는 스무 마리의 개를 우선 구조해 검사와 치료를 했습니다. 대부분 3~5세로 추정됐는데요. 피부병도 심하고 걷지도 못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대부분 온순한 성격으로 구조 이후엔 바로 사람을 따랐다고 합니다.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구조된 개들은 새 가족이나 임시 보호가정을 찾았는데요. 아직까지 다섯 마리의 개들이 새 가족을 만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2.6㎏ 작은 체구의‘빈이’(3~5세 추정ㆍ암컷)도 그 중 하나 입니다.

오른쪽 뒷다리가 없지만 씩씩하게 다니는 빈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오른쪽 뒷다리가 없지만 씩씩하게 다니는 빈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빈이는 오른쪽 뒷다리가 없습니다. 왼쪽 눈은 보이지 않지요. 번식장 내 생활이 얼마나 고됐는지 알려주는 듯 합니다. 하지만 빈이는 사람을 원망하기 보다 오히려 사람 품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활동가가 앉으면 바로 무릎 위로 올라와 발라당 애교를 부리며 활동가의 마음을 녹이곤 한다고 하네요. 활동가가 바빠 보이면 보채지 않고 한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뒷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을 때도 있다고 하는데요, 오히려 이런 모습이 활동가들은 안쓰럽다고 합니다. 비록 장애가 있지만 빈이는 불편해하지 않고 씩씩하게 잘 돌아다니며 생활하고 있다고 해요.

빈이의 매력은 또 있습니다. 바로 사람을 지긋이 바라보는 눈입니다. 조은희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활동가들 사이에선 빈이의 눈을 ‘달을 품은 눈’이라고 이야기 한다”며 “밝은 달을 품은 듯 맑은 눈으로 활동가 옆에 가만히 다가와 지긋이 바라보는 게 매력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합니다.

사람 품에 안기는 걸 가장 좋아한다는 빈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사람 품에 안기는 걸 가장 좋아한다는 빈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빈이는 동물자유연대 보호센터인 ‘온 센터’에서 작은 행복을 하나 둘 알아가고 있습니다. 처음 몸을 뉘인 폭신한 이불, 처음 느껴본 따뜻한 햇볕, 처음 먹어본 맛있는 간식 등입니다. 하지만 빈이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건 사람의 품에 안기는 것이라고 해요. 이제는 빈이가 가족의 품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얻기를 바랍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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