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더미서 구조 후 보호소에서만 7년… 가족 기다리는 노견

입력
2020.04.19 16:50
수정
2020.04.1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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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229. 아홉 살 암컷 한율

경기 파주 법원읍에 있는 동물권단체 카라의 ‘더봄센터’에서 따뜻한 햇빛을 즐기는 한율. 카라 제공
경기 파주 법원읍에 있는 동물권단체 카라의 ‘더봄센터’에서 따뜻한 햇빛을 즐기는 한율. 카라 제공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에서는 511만 가구가 635만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기르고 있습니다. 이는 2018년 12월 전국 만 20~64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조사를 토대로 한 결과인데요, 약 2년 전 통계임을 감안하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와 반려동물 수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정부가 반려동물을 어떻게 입양하게 됐냐는 질문에 지인에게서 무료로 받았다는 응답이 절반 가량으로 제일 많았습니다. 다음으로는 펫숍에서 구입(31.3%)이었고요 유기동물을 데려왔다는 응답은 5.5%에 불과했지요.

이른바 ‘강아지 공장’사건으로 펫숍에서 개나 고양이를 분양 받으려는 이들은 줄고,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도 유기동물 입양 비율은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보호소에서도 가장 입양 후순위로 밀리는 동물은 바로 품종이 없거나 나이가 많은 동물들입니다. 품종견이나 품종묘, 나이가 어린 강아지나 고양이일수록 입양 갈 확률은 높아지죠. 이 가운데는 나이가 어릴 때 보호소에 들어왔지만 새 가족을 찾지 못해 보호소에서 노견, 노묘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율(9세ㆍ암컷)이도 그런 경우입니다.

처음에는 앉지도 못할 정도로 불안해 하던 한율이가 이제는 자리를 잡고 앉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카라 제공
처음에는 앉지도 못할 정도로 불안해 하던 한율이가 이제는 자리를 잡고 앉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카라 제공

한율이는 2013년 경기 여주의 쓰레기 더미 속에서 구조됐습니다. 당시 두 살이던 한율이를 비롯한 20여마리의 개들은 사람 손도 타지 않은 채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살고 있었는데요. 개들을 방치하며 기르던 사람은 처음에는 도움의 손길을 거부했지만 동물권단체 카라 활동가들의 끈질긴 설득과 노력 끝에 개들의 구조를 허락했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한율이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빠져 나와 카라의 위탁보호소에서 지냈지만 행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태어난 이후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탓일까요. 다른 개 친구들과도 잘 지내지 못했고, 사람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사이 한율이는 구조 후 보호소에서 지낸 시간이 7년이 지났습니다.

똘망똘망한 눈의 한율. 카라 제공
똘망똘망한 눈의 한율. 카라 제공

이달 초 한율이에게 하나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카라가 경기 파주에 지은 보호소 ‘더봄센터’에 입소하게 된 건데요. 활동가들은 작은 체구의 한율이와 체구, 성격이 맞는 개 친구들과 같은 방에서 지내게 하고 낮에는 산책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한율이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있다고 해요. 활동가들이 잘 챙겨주지만 그래도 평생 가족을 만나는 것보다는 못할 겁니다. 한율이는 아직 겁은 좀 많지만 사람도 잘 따르고, 잘 짖지도 않고 산책도 잘한다고 해요. 평생을 보호소에서만 지낸 한율이에게 따뜻한 가정에서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랍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산책 중인 한율. 카라 제공
산책 중인 한율. 카라 제공

▶세계 첫 처방식 사료개발 업체 힐스펫 뉴트리션이 유기동물의 가족 찾기를 응원합니다. ‘가족이 되어주세요’ 코너를 통해 소개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가족에게는 미국 수의사 추천 사료 브랜드 ‘힐스 사이언스 다이어트’ 1년치(12포)를 지원합니다.

▶입양문의: 카라https://www.ekara.org/kams/adopt/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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