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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나뭇잎을 들여다보며 관찰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흙길을 걸으면 영리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머리가 좋아지기 위해서 단지 흙길만 걸으면 된다니 이 얼마나 단순하고 쉬운 방법인가요. 흙길을 걷는 것과 지능이나 학습 능력 간의 상관관계가 정말 존재하는 걸까요.

2010년 5월 25일 미국 미생물학회(American Society for Microbiology) 제110회 총회에서 도로시 매튜스(Dorothy Mattews)와 수잔 젠크스(Susan Jenks)는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특정 박테리아에 노출되는 것’이 학습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은‘마이코박테리움 벡케이(Mycobacterium vaccae)’라는 박테리아(세균)에 노출된 쥐가 미로에서 길을 더 잘 찾고, 불안도 줄어들었으며,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더 많이 생성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알아냈습니다. 또한 같은 실험을 3주 후에 실시했을 때는 이 박테리아의 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마이코박테리움 벡케이는 자연 상태의 흙 속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입니다. 박테리아나 세균이라고 하면 우리는 무조건 거부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실제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세균의 92~94%는 바다, 호수 등 자연생태계 속에서 분해자의 역할을 하고, 산소를 만들어내는 등 인간이 지구상에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곤충채집을 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바이러스(virus)’는 ‘세균’과는 다른 존재입니다. 세균은 독자적인 생명 활동이 가능합니다. 양분을 먹고 스스로 유기물을 만들어 살아가며 번식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바이러스는 DNA, RNA와 같은 핵산과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고 독자적인 생명 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생물체 안에 들어가 기생합니다. 바이러스가 기생하여 사는 생물체를 ‘숙주’라고 하며,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의지하여 그 세포의 유전 물질을 이용해 번식ㆍ생장합니다.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바이러스를 생물체가 아닌 입자와 같은 존재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마이코박테리움 벡케이는 사람들이 흙이 있는 자연에서 활동하면 호흡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 뇌의 일부 신경세포 성장을 자극하고,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킵니다. 이 세로토닌이 불안감을 낮춰줄 뿐 아니라 학습 능력도 높여줄 수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그 효과는 일시적일 수 있다고 하니 이런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흙이 있는 곳에 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매튜스와 젠크스는 “학교에서 마이코박테리움 벡케이가 있는(흙이 있는) 야외 공간에서의 활동을 포함한 학습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이들의 불안감을 낮추고, 배우는 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니 흥미롭다”며 학생들에게 야외활동 시간을 늘려주면 학습능력이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자연에 나가 놀게 하면 몸을 움직이는 운동과 주변 자연물을 관찰하는 탐구 놀이를 많이 하게 되는데, 이는 아이들의 인지와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학령기(4~18세)의 신체 활동이 지각 능력, 언어 능력, 수학 능력 같은 뇌의 수행 능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많은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습니다. 자연에서의 다양한 경험은 아이든 어른이든 인지 발달 등 다양한 측면에 도움을 주지만 특히 뇌에서 가장 중요한 곳인 전두엽 발달이 이루어지는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한 학생이 식물관찰 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

불안감을 감소시켜주고,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외에 자연은 또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이런 궁금증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연구 결과나 저서들은 꽤 많이 있습니다.

사회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Edward Osborne Wilson)은 자연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아이들의 적응 행동, 심미감, 인지, 의사소통기술, 감각운동 등의 여러 면의 성장ㆍ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는 인간의 본능 속에는 생명을 사랑하는 경향이 내재해 있으며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살아있는 다른 유기체에 갖는 본능적이고 정서적인 유대감이자 생존 이상의 좀 더 광범위한 충만감을 채워주는 진화적 적응 형태로 ‘바이오필리아(Biophilia)’이론을 제시했으며, 자연이 우리를 더 행복하고 현명하게 만들어준다고 설명합니다.

스위스의 교육자 페스탈로치(Pestalozzi)는“아이들을 자연으로 내보내라. 언덕 위와 들에서 아이들을 가르쳐라. 그곳에서 아이들은 더욱 좋은 소리를 들을 것이고, 그때 가진 자유의 느낌은 아이들에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라며 자연에서의 경험이 성장 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주장했습니다.

플로렌스 윌리엄스(Florence Williams)는 자연이 우리 뇌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과학으로 밝혀보기 위해 미국, 한국, 일본, 스코틀랜드, 핀란드 등 여러 나라 연구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연구 결과를 조사해 얻은 결론을 그의 저서‘자연이 마음을 살린다(The Nature Fix, 2018)’에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미국과 영국의 아이들이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은 부모 세대의 절반 수준이며, 사람들이 주로 실내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근시, 비타민D 결핍, 비만, 우울, 외로움, 불안에 이르기까지 온갖 만성질환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자연과의 접촉은 사치가 아닌 필수이며,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연에서 걸으면 도시에서 걸을 때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훨씬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로저 울리히(Roger Ulrich)가 1984년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창 밖 풍경이 담낭수술 환자들의 회복 기간에 영향을 주었다는 유명한 연구 결과뿐 아니라, 자연이 보이면 근로자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직장 스트레스가 감소하며 학교 성적과 시험 점수가 높아지고 도심 거주자의 공격성이 감소한다는 등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연구한 결과는 세계 곳곳에서 제시되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생태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리사 튀르베이넨(Liisa Tyrvainen)의 연구에서는 적어도 한 달에 다섯 시간은 자연에 머물러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도시 거주자 3,000명에게 자연에서의 정서 경험과 회복 경험에 관해 질문하고 분석했는데, 그 결과 한 달에 다섯 시간을 자연에서 보낼 때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국립공원처럼 인간의 손길이 최소화된 자연이 아닌, 인간의 손길이 닿은 도시공원이더라도 이러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국립생물자원관 주제원에서 야생화 탐구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생물다양성과 생물다양성 교육

지구에는 다양한 생물이 숲, 습지, 바다, 사막 등에 서식하고 있고, 이 생물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유전자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물종, 생태계, 유전자의 다양성을 생물다양성이라 합니다. 제1차 생물다양성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 약 1,400만 종 이상의 생물이 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알려진 수는 175만여 종에 불과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부와 행복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자연은 거대한 보물창고이고, 지구에 생존하는 생물종들은 우리의 생물학적 자산이라고 폴 R. 에얼릭과 앤드루 비티는 저서 ‘자연은 알고 있다(Wild Solutions : How Biodiversity in Money in the Bank, 2005)’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 10만 종의 생물이 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2019년 말까지 총 5만2,826종을 밝혀냈습니다. 이제 절반을 겨우 넘긴 셈입니다. 어떤 생물이 있는지조차 아직 다 모르니, 그 생물들이 생태계 안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도 물론 다 알 수 없습니다.

생물에 대해 미처 다 알아내지 못하고 있는데, 지금 생물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멸종되거나 멸종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멸종되는 생물이 많아질수록 사람도 살기가 힘들어집니다. 사람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물 중 하나의 종이며 모든 생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멸종 위기에 놓인 많은 생물들에 관심을 갖고, 멸종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생물다양성 교육은 모든 생물이 소중하고, 각자의 역할이 있고, 존재의 이유가 있음을 알려주는 게 목적입니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동안에도 우리 가까이에 이렇게나 많은 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고, 우리는 그 생물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교육입니다. 더하여 내 주변의 다양한 생물들에 대해 알아보고, 관심을 갖고, 그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교육입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07년 10월 개관 때부터 생물, 생물다양성, 생물자원, 생물다양성협약 등 생물다양성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연령별, 수준별 교육프로그램을 개발ㆍ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학생들이 생물다양성, 생물자원, 생물다양성협약 등 새로운 개념을 쉽게 이해하도록 놀이와 학습을 접목한 ‘생태계 젠가’, ‘생물자원기술왕’ 보드게임, ‘S.O.S. 멸종위기 생물을 구하라’카드게임 등도 개발해 국립생물자원관 교육에 활용하고 학교 및 단체에서 사용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식물관찰 후 학생이 작성한 관찰일지.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놀면서 생물다양성과 친해지기

국립생물자원관 외에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 등 환경부 설립 기관과 국립공원, 전국 시ㆍ도, 군ㆍ구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한 기관, 휴양림, 도시공원 등에서 생물다양성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문 강사의 교육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주변의 가까운 자연으로 자주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달에 한 번 다섯 시간을 몰아 자연에서 보내는 것보다는, 최소 2주에 한 번 반나절 정도 자연으로 나가는 게 마이코박테리움 벡케이 같은 세균의 덕을 더 볼 수 있어서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와 풀을 바라보고, 관찰하고, 그려볼 수 있고 글로 적을 수도 있습니다.

전문적인 관찰이 아니더라도, 나무나 흙이 있는 자연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은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 모두에게 인지 발달 등 다양한 측면의 도움을 줍니다. 여기서 다양한 활동이란 산책, 놀이, 운동, 휴식, 숨쉬기 어느 것이든 다 해당됩니다.

우리 곁의 생물다양성을 만날 수 있는 주변의 자연을 틈틈이 방문해 그곳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바라보고, 소리를 들어보고, 냄새를 맡다 보면 이름이 궁금해지고, 더 알고 싶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알게 되고 찾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면 애착이 생겨 지키고 보호하려 하고 이를 위한 방법을 찾아 행동으로 옮기게 되기도 합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지역에서, 나라에서, 전지구적으로 구체적 방법을 찾게 되고, 생물다양성을 자신의 삶의 길로, 직업으로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기억하십시오. 우리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많은 생물이 우리 가까이에서 혹은 멀리에서 우리를 위해 아주 큰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립생물자원관 송영은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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