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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여파로 미국 대선은 잠정 중단상태이다. 민주당에서는 조 바이든이 후보로 확정된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버니 샌더스,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 선언 정도가 전부이다. 공화당 쪽 트럼프 대통령도 코로나 브리핑으로 언론의 주목을 잠시 받았을 뿐이다. 선거전이 휴전상태인 만큼 우리도 잠시 뒤로 물러나 미국 대선을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선거자금의 제도와 실제를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한국은 정치자금과 선거자금에 세세하게 제한을 두고 있지만, 미국은 규제가 거의 없는 편이다. 규제가 있더라도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해서 규제를 쉽게 피할 수도 있다. ‘돈’은 부정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견을 표시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라는 철학을 많은 미국인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선거자금에 대해 제한을 두려는 수많은 입법적 시도에 대해서 연방대법원이 꾸준히 위헌이라고 판결해 왔기도 하다.

우선은 후보자 개인에게 직접 기부되는 선거자금이 있는데, 이를 ‘하드머니(hard money)’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사례를 통해 익숙한 통상적 의미의 선거자금이다. 이번 대선은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각각 국민 1인당 2,800달러(약 330만원)까지 기부가 가능하다. 개인과 단체를 불문하고 누가 기부할 수 있는지 제한이 없고 이 자금을 후보자가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도 자유이다. 2016년의 경우, 민주당 클린턴 후보는 6,800억원, 공화당 트럼프 후보는 4,000억원을 모금해서 사용했다.

반면, 대부분의 선진민주주의 국가에서 채택한 ‘선거공영제’는 형식상으로만 존재한다. 우선, 후보자가 모금한 선거자금 중 기부자 1인당 250달러까지 연방정부에서 매칭(같은 금액만큼 정부에서 추가로 지급해주는 것)하는 특이한 형태이다. 더구나, 연방정부의 매칭 자금을 받을지 말지를 후보자가 선택한다. 이 자금을 받으면 지출에 까다로운 제한이 붙기 때문이다. 2000년 부시 당시 공화당 후보가 거절한 이후, 지금까지 양당의 대선후보들은 선거공영제를 통한 선거자금을 받지 않고 있다.

후보자가 아닌 단체가 후보자와 상의만 없다면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것도 허용된다. ‘표현의 자유’라는 원칙 때문에 규제도 훨씬 적다. 대개 ‘정치활동위원회(PAC, Political Action Committee)’를 만들어서 선거자금을 사용하는데, PAC은 다시 후보자에게 기부할 수도 있고 독자적인 선거운동을 해도 상관없다. 특히, 독자적으로 사용되는 선거자금을 ‘독립지출(independent spending)’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서 정책홍보광고(issue advocacy ads)뿐만 아니라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제반의 활동과 광고까지 무제한으로 허용된다. 2016년의 경우, 후보자나 정당이 아닌 단체를 통해 총 8,600억원이 ‘독립 지출’로 사용되었다.

정당도 후보자와 협의하지 않는 조건으로 선거자금을 모금하고 지출할 수 있다. 이를 ‘소프트머니(soft money)’라고 부르며, 주로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 ‘독립 지출’을 통한다. 2016년에는 민주당이 3,900억원, 공화당이 4,200억원을 썼다. 최근에는 ‘빅토리펀드(victory fund)’를 만들어서 정당에만 특별히 설정되어 있는 기부한도도 우회하고 있다. 개인과 단체가 정당에 기부하는 돈을 다수의 주 정당조직으로 쪼개서 보낸 다음, 각 주 정당조직이 일정기간 후 자신이 받은 기부금을 한꺼번에 전국 정당조직으로 이체하는 것이다. 2016년의 경우, 힐러리 빅토리펀드는 기부자 1인당 평균 4억원, 트럼프 빅토리펀드는 기부자 1인당 평균 5억원을 모금해서, 대선후보의 선거운동으로 각각 1,900억원과 1,700억원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후보자와 협의하지 않고 후보자에게 직접 기부하지 않는다는 두 가지 조건으로 super-PAC 제도를 연방대법원이 허용했다. 기부 한도가 없는 것이 특징으로 기업이나 극소수 부자들이 참여한다. 특히, 미국 세법 501조 c항에 있는 비영리단체를 이용해서 모금한 후, 501(c) 단체가 다시 super-PAC에 기부를 해서 선거자금으로 사용하는 패턴이 급격히 증가했다. 501(c) 단체가 기부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법의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에, 돈과 선거자금 문제에 관대한 미국인들도 super-PAC과 501(c) 제도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양당의 후보가 확정되어 2020년 대선 본선의 막이 올랐다. 이제 본격적인 선거자금 모금과 지출이 시작될 예정이다. 경선과정을 순탄하게 거친 트럼프 대통령은 ‘하드머니’ 2,950억원을 모금해 아직 1,180억원이 남아 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하드머니’ 1,620억원을 모금해서 경선 중 많이 사용한 후 현재 320억원 정도만 가지고 있다. 바이든이 격차를 줄여 나가겠지만, 미국 경기가 안 좋아서 쉽지는 않아 보인다. 또한 정당, PAC, super-PAC이 이번엔 어떤 기발한 방법으로 모금할지, ‘독립 지출’을 어떻게 이용할지도 관전 포인트이다. 바야흐로 쩐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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