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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지리멸렬 속 180석 거대 與 곧 출범
성찰ᆞ절제 없이 힘에 기대면 오만해져
지금부턴 성과로 실력을 증명해 보여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재난안전대책위원장 등 당직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21대 총선 이후 확대 개편된 대책위 회의에서 '덕분에' 챌린지를 통해 코로나19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코로나19 방역 성과의 최대 수혜자는 더불어민주당이다. 개헌 빼고 뭐든 가능한 꿈의 180석을 얻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는 지금부터가 본게임이다.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 위기 극복이 민주당 앞에 놓인 과제다. 2차 코로나19 유행도 막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도 대비해야 한다. 집권 여당 실력의 밑천이 드러날 수 있다. 그 성과에 따라 2년 뒤 대선에서 국민들 평가가 좌우된다.

민주당 지도부가 총선 이후 겸손과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180석이라는 숫자가 초래할 착시를 경계함이다. 사실 총선 전 민주당이 180석을 얻을 만큼 일방적 지지를 받았다고 보긴 힘들다. 국정 운영을 주도하기 보다는 늘 청와대에 끌려다녔고, 20대 국회를 식물ᆞ동물 국회로 전락시킬 만큼 대야 관계도 순탄치 못했다. 막판 패스트트랙 대치와 누추해진 선거법 개정은 또 어떤가.

그럼에도 163석의 지역구를 건진 건 정부의 방역 성과와 자중지란에 빠진 미래통합당 덕분이다. 당대표를 필두로 한 잇따른 실언, 민심을 외면한 계파 갈등과 공천 파동, 극렬 보수와 결별하지 않고 중도층을 끌어들이지 못한 선거 전략의 부재 등 통합당은 총체적 부실 정당의 막장극을 펼쳐보이며 선거를 민주당에 갖다바쳤다. 오죽하면 50대 이상 중도 보수층이 등을 돌렸겠나.

그러나 어제의 승리나 실패는 영원한 것이 아니다. 환호는 부메랑이, 추락의 아픔은 새로운 출발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정치판은 그렇게 변화무쌍한 곳이고, 민심은 그런 정치판 움직임을 예의주시한다. 민주당 지도부의 낮은 자세는 민심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지도부와 달리 당의 저변에서는 벌써부터 180석의 힘을 써보려 꿈틀대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도 아닌, 토지공개념과 이익공유제 도입을 위한 개헌 추진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정세균 총리 언급대로 향후 1년이 개헌의 골든타임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코로나19 위기로 자영업이 붕괴되고, 실업 대란이 벌어지고, 기간산업이 무너지는 마당에 엄청난 논쟁을 야기할 토지공개념 개헌을 꺼내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일의 우선순위로도 적절치 않다.

개헌에 대한 생각을 마냥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180석의 힘을 가진 여당 중진들의 발언들이어서 의미심장하다. 민주당이든, 지도체제 문제로 내홍 중인 통합당이든 마음은 이미 2년 뒤 대선전을 향하고 있다. 민주당 내 개헌 이슈 선점은 대선 레이스를 염두에 두며 개혁성, 선명성을 놓고 벌이는 당내 경쟁의 신호탄이다. 선(先) 개혁 입법 완성 요구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120석일 때와 180석일 때, 그 발언의 무게와 힘이 다르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서둘러 180석 정당에 걸맞게 당의 체질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중진들은 당권 경쟁과 대선전에 치중하느라, 초선들은 선명성을 드러내느라 백가쟁명식 행태들을 보이면 중도층 민심은 어느 순간 싸늘해질 것이다. 집권 여당으로서 무엇이 우선인지 책임감과 분별력을 갖추라는 이야기다.

현 단계에서 민주당이 개헌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들의 성인지 감수성 수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오거돈 전 부산시장까지, 왜 지위와 권력을 이용한 성추문이 잇따라 민주당에서 터지는 지 조직 전반의 인식과 문화에 날카로운 메스를 대야 한다. 그것이 n번방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진상 조사는커녕 단 20분만에 제명 처리 절차를 밟는 것으로 사태를 뭉개는 처사는 180석을 얻은 여당의 자세가 아니다. 부동산 차명 보유와 탈세 의혹을 받는 양정숙 당선인이 어떻게 버젓이 비례 후보 상위 순번 공천을 받을 수 있었는지 그 경위와 배경을 철저히 조사해 공개해야 함에도 감감 무소식이다.

이런 식의 인식과 태도, 문화를 그대로 둔 채로 180석의 힘을 가지면 민주당이 오만과 독선으로 흐르는 건 시간문제다. 민주당은 제 눈의 들보를 보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적은 늘 내부에 있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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