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숨지 않아도 돼” 개농장서 구조된 순둥이 믹스견

입력
2020.05.10 14:42
수정
2020.05.1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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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232. 6,7세 추정 암컷 도담

개농장에서 구조된 도담이가 환하게 웃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개농장에서 구조된 도담이가 환하게 웃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발이 쑥쑥 빠지는 ‘뜬장’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먹이며 식용으로 개를 키우는 개농장이 지금도 전국에서 3,0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개농장에서 도살되는 개만 1년에 100만마리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축산법에는 개가 가축에 포함되어 있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제외되어 있어 개는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은 계속되어 왔습니다. 즉 개를 식용으로 키우는 것은 합법이지만 도축하는 것부터는 불법이라는 얘기지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르면 가축의 도살은 허가 받은 작업장에서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법에 개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허가 받은 작업장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구조 당시 철창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도담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구조 당시 철창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도담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때문에 가축에서 ‘개’를 제외시켜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로만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컸지만 여전히 관련 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대법원에서 전기봉을 이용한 개 도살이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동물학대’행위에 해당돼 유죄로 확정됐는데요. 이는 개 도살 단속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개농장 산업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2년 전 겨울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경기 시흥의 한 개농장에서 개 7마리와 고양이 1마리를 구조했습니다. 개들은 비좁고 녹이 슨 철창에 서로 엉켜 갇혀 있었는데요. 바닥에서는 도축용 칼과 얼어붙은 개와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지요. 간신히 살아남은 동물들은 활동가들이 가까이 다가가자 철창 사이로 얼굴을 비집고 내밀었습니다. 뜬장 밖으로 나갈 수 있었던 순간은 도살될 때뿐이었던 동물들에게 사람의 손길은 그리우면서도 무서웠을지 모릅니다.

사람들의 쓰다듬을 즐기는 도담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사람들의 쓰다듬을 즐기는 도담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구조 당시 철창 가장 구석진 자리에 있던 도담이(6,7세 추정ㆍ암컷)는 소심하고 겁이 많은 편입니다. 동물자유연대의 ‘온’ 반려동물복지센터에서도 구석자리를 찾는다고 해요. 당시 도담이 머리에 있던 상처는 죽음만을 기다리던 곳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동물들의 처절한 몸부림 속에서 생긴 상처일 텐데요. 다행히 지금은 머리 상처도 나았고, 같은 방 개 친구들과도 잘 지낸다고 합니다. 너무나 순한 성격이라 간식이나 새 이불, 활동가들의 손길을 다른 개 친구들에게 양보한다고 해요.

겁은 많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도담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겁은 많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도담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눈만 마주쳐도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지만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오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며 “더는 두려움에 숨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려줄 가족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평생을 뜬장과 보호소에서만 지내온 도담이에게 가족의 따뜻함을 알아갈 기회가 생기길 바랍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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