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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회원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을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0년간 피해자와 활동가들이 일구고 쌓아온 세계사적 인권운동을 훼손할 수 있느냐.”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11일 기자회견장에서 격앙된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가 기부금 사용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해명을 하는 자리였다. 일부 관계자는 감정에 북받친 듯 눈물을 보였고 취재진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재단 관계자는 “밤낮없이 국내외로 뛰어다니며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준을 (활동비로) 받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30년 전 한국정신대문재대책협의를 시작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에 헌신해 온 정의연의 역사를 되돌이켜보면 활동가들의 억울함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 인권을 대변하기 위해 초기에는 ‘교통비 정도를 받고’ 어렵게 단체를 이끌어온 것도 사실이다. 어려운 시기 서로를 위로하며 정의연을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성장시켰던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전 이사장이 서로 얼굴을 붉히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정의연이 자신을 향한 문제제기를 부당하다고 억울함만 호소하는 게 과연 온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론은 “정의연이 성금을 받아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는 이용수 할머니의 질문에 집중하고 있다. ‘30년 위안부 운동의 공(功)’과 별개로 정의연이 투명하게 운영돼 왔는지를 묻고 있다. 이 할머니는 여전히 “현 시대에 맞는 사업방식과 책임 있는 집행 과정,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는데도 윤미향 당선인은 “친일ㆍ보수의 모략극”이라며 이념프레임만 주장하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시민단체는 투명성이 생명이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인권을 대변하는 정의연은 더구나 깨끗하고 투명한 운영을 숙명처럼 요구받고 있다. 공익 재단 전문가들에 따르면 선진국 공익단체들은 내부고발자나 후원자들의 문제제기를 계기로 투명성을 제고하고 더 큰 지지기반을 확보했다. 정의연이 쏟아지는 비판에 핏대를 세우기보다 내부고발자나 마찬가지인 이용수 할머니의 질문에 답부터 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의연에 대한 비판을 보수의 농간으로 낙인 찍는 순간 정의연도 진보 단체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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