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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원장 반대엔 다수 당도 법안 통과 난망
여야 제21대 국회 개원 앞두고 ‘슈퍼 갑’ 법사위원장 쟁탈전
김태년(왼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하는 국회에 장애가 될 것 같다면 굳이 야당에 양보할 필요가 없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금까지 늘 야당이 맡아왔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슈퍼 갑’ ‘무소불위’ ‘상원(上院)’ 등으로 불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원내사령탑들의 살벌한 발언들입니다. 각종 상임위원회 법안들을 본회의로 보내는 관문인 법사위원장을 어느 당이 가져갈지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건데요. 법사위원장은 지금까지 대부분 제1야당에서 맡아 정부ㆍ여당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개원을 앞둔 제21대 국회에서 177석의 기세를 몰아 각종 개혁 입법을 처리하려는 민주당으로서는 관례대로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내주기 아쉬운 상황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통합당 역시 거대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사위원장직 사수가 간절하겠죠. 그런데 양 당의 법사위원장 쟁탈전, 처음이 아닌데요. 도대체 법사위원장의 권한이 얼마나 막강하기에 이토록 목을 매는 걸까요.

법사위원장이 ‘프로 갑질러’가 된 게 언제부턴데?
2004년 12월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상정하려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당시 최연희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포위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법사위는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최종 확정 전 기존 법률과 충돌ㆍ모순하는 부분이 없는지를 살피는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권(국회법 86조)을 가집니다. 문제는 야당 소속 법사위원장이 이를 정치적 무기로 삼아 쟁점법안의 발목을 잡아 처리를 지연시키는 ‘법사위 갑질’ 사례가 빈번해졌다는 거죠. 주로 야당 내부의 반발을 등에 업고 ‘버티기 전략’을 써왔습니다.

법사위가 첨예한 여야 대립의 최전선에 서게 된 시점 역시 야당(혹은 원내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례가 자리잡기 시작한 제17대 국회부터입니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통합당 전신) 소속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통과시키려는 과반(152석)의 여당 열린우리당에 아예 회의를 열지 않는 방법으로 맞섰어요. 결국 국가보안법 폐지안은 우여곡절 끝에 이듬해 5월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한 채 자동폐기 됐죠.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면서?

맞아요.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에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법사위원장이던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2013년 12월 31일 ‘재벌 특혜법’이라며 외국인투자촉진법안의 상정을 거부했습니다. 때문에 새해 예산안까지 해를 넘겨 처리됐죠. 2015년에는 같은당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상임위 통과 법안들에 대한 전자서명을 거부했습니다. 당시 새누리당은 이를 법안 볼모 사태라고 비판하면서 ‘이상민 방지법’ 발의를 추진하기도 했죠.

이 전 법사위원장은 이후 “전자서명을 하지 않은 것은 당시 원내 지도부의 요청 때문”이라면서 “의도적 갑질이 아니라 법에 정해진 5일 간의 (법안) 숙려기간 등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어요.

20대 국회에선 어땠는데?
미래통합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곧 임기 만료를 앞둔 제20대 국회에서도 법사위원장의 권한은 여전히 막강했어요. 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아예 지난해 “한국당과 합의 없이 처리한 법률은 법적 근거가 허용하는 한 상임위로 다시 회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죠. 실제로 형제복지원 사건 등 과거 정권의 인권 유린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을 두고 법사위에서 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전면 수정을 요구, 이번 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범위를 민간잠수사, 자원봉사자, 소방공무원, 참사 당시 단원고 재학생ㆍ교직원까지 넓힌 ‘김관홍법(세월호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도 통합당의 반대에 법사위에 몇 년 째 묶여있죠.

권한을 확 줄이면 안돼?

그렇죠. 그래서 법사위에서 법안의 발목이 잡힐 때 마다 여당은 “법사위의 권한을 축소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섰어요. 그러나 늘 무위에 그쳤어요. 여야의 지위가 바뀔 때마다 입장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여당일 땐 야당 법사위원장의 법안 갑질을 비판하면서 법사위 권한 축소를 주장해놓고, 야당이 되면 입장을 바꿔 ‘거세되지 않은 법사위원장’을 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죠. 앞서 ‘이상민 방지법’을 추진했던 새누리당 역시 막상 제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제1당이 되고 법사위원회를 가져오자 법사위 개혁안을 외면한 바 있어요. 결국 여야가 공수만 바뀐 채 같은 논리를 들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 논란을 되풀이하는 겁니다.

이번 쟁탈전의 승자는?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처리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의 원 구성 협상 때마다 법사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을지는 초미의 관심사가 돼요. 특히 이번엔 민주당이 ‘거대 여당’이 되면서 여느 때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원장은 본회의에서 선거로 선출하지만, 1988년 제13대 여소야대 국회에서 이후부터는 여야가 협상을 통해 나눠왔죠. 김 원내대표는 앞서 원 구성 협상과 관련, “(본회의) 표결로 가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177석의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법사위원장은 물론 전체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경고’인 셈입니다.

물론 관례를 깨기엔 민주당도 부담을 져야 하는 만큼 법사위원장을 넘겨주되 권한을 줄이자는 의견도 적지 않아요.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원내대표 선거 공약으로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 기능 폐지를 내걸기도 했죠. 하지만 협상 파트너인 주 원내대표가 “국회 통과 법안 중 위헌 법률이 1년에 10건 넘게 나온다. 그런데 체계ㆍ자구 심사까지 없애면 매우 위험하다”는 입장이라 합의는 쉽지 않겠지만요.

국회법에 따르면 제21대 국회는 다음 달 8일까지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야 합니다. 개원 후 10일 내에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거죠. 그러나 제13대부터 20대까지 국회의 전반기 원 구성에는 평균 41.4일이 걸렸어요. 매번 반복되는 지각 협상엔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줄다리기도 한 몫 했다는 평가인데요. 이번에야말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면, 여야는 위원장 쟁탈전부터 벌일 게 아니라 법사위의 갑질을 막을 근본적 해법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요.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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