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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청보리에 몽글몽글 맺힌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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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녹색 물결을 이루던 청보리가 어느새 황금빛으로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다. ‘청보리’ 하면 전북 고창군의 청보리밭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서울에서도 청보리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난지한강공원으로, 제법 큰 청보리밭이 조성되어 있다. 특히 이른 아침 이곳을 찾으면 새벽 안개에 촉촉히 젖은 청보리를 볼 수 있어 또 다른 감회를 느낄 수 있다.
청보리를 보고 있노라면 잠자고 있던 어릴 적 추억들이 깨어난다. 시골에 살 때는 새벽 부엌 가마솥에서 나오는 보리밥 짓는 냄새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그때 그 까끌까끌한 보리밥은 왜 그리도 입 안에서 맴돌던지…. 씹지도 않고 단숨에 넘긴 보리밥은 금방 소화가 되어 허기가 찾아왔다. 지금처럼 간식이 흔하지 않아 다음 끼니까지 배고픔을 참아야 했다. 가끔 어머니가 보리나 콩을 섞지 않은 흰밥을 싸주시는 날엔 도시락검사 때 담임 선생님에게 혼쭐이 났던 기억들도 떠오른다.
비가 그친 이른 새벽, 청보리 싹에 몽글몽글 맺힌 빗방울들. ‘한 컷 한 컷’ 렌즈에 담을 때마다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한 장 한 장’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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