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또 사과… 달라진 통합당? 1년 전 5ㆍ18 때는

입력
2020.05.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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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스 스터디] 주호영, 광주 찾아 재차 사과 “마음에 상처 드렸다” 

 황교안, 지난해 기념식 참석 강행했다 시민 항의 받아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8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8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호남 민심을 다잡으려는 걸까요? 5ㆍ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5ㆍ18 망언을 반성하는 등 잇따라 5ㆍ18 반성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포문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열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일각에서 5ㆍ18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있어 왔고, 아물어가던 상처를 덧나게 했던 일들도 또렷이 기억한다”며 “다시 한 번 5ㆍ18 희생자와 유가족, 상심하셨던 모든 국민 여러분께 매우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통합당은 자유한국당 시절이던 지난해 2월 일부 의원들이 5ㆍ18을 폄훼 해 여론의 비판을 받으며 홍역을 치렀는데, 1년이 지나 다시 사과한 것입니다.

17일에는 유승민, 유의동 의원과 김웅 당선자가 광주 국립 5ㆍ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어요. 이 자리에서 유승민 의원은 “당이 5ㆍ18에 대한 왜곡·비난에 단호한 조처를 하지 못했다는 게 정말 아쉽다. 21대 국회가 시작하기 전이라도 진심을 담아 그런 부분에서 사죄를 드려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또 통합당 청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도 가세해 16일부터 2박 3일 동안 광주를 방문해 5ㆍ18의 아픔을 마주했습니다.

당일에는 주 원내대표와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배현진 원내대변인 등이 5ㆍ18 민주광장에서 열린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국립 5ㆍ18 민주묘지를 참배했습니다.

특히 주 원내대표의 광주 방문은 8일 취임 이후 첫 공식 행보여서 눈길을 끌었어요. 주 원내대표는 참배 후 5ㆍ18 3단체(유족회ㆍ부상자회ㆍ구속부상자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간혹 딴소리해서 마음에 상처를 드린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이 잘못된 것”이라며 재차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죠.

통합당의 이러한 행보에 정치권 안팎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어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인데요. 1년 전엔 대체 어땠기에 이런 평가가 나오는 걸까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5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러 입장하는 도중 ‘망언 의원’ 징계 등을 요구하는 시민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 광주=청와대사진기자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5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러 입장하는 도중 ‘망언 의원’ 징계 등을 요구하는 시민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 광주=청와대사진기자단

통합당의 전신이죠?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5ㆍ18을 앞두고 그 동안의 공적(功績) 알리기에 급급한 모습이었어요.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는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최초로 인정한 것은 한국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고, 한국당 출신의 김영삼 대통령”이라며 “저희는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부 의원들의 5ㆍ18 비하 논란을 민주화 운동을 인정한 정당의 후신이란 정통성으로 맞대응한 것이었어요.

민경욱 당시 대변인도 비슷한 취지의 논평을 남겼어요. 그는 “5ㆍ18 특별법을 제정해 이 날을 민주화운동으로 명명한 것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문민정부가 한 일”이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다른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여온 것이 자유한국당”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5ㆍ18이 더 이상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는 소재로 활용돼선 안 된다”고도 말했고요.

황교안 전 대표는 광주에서 작은 소란을 일으켰었죠? 당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일부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은 거에요. 황 전 대표는 “제가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환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반드시 참석해야 할 곳이기 때문”이라며 광주 방문을 강행했어요.

황 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5ㆍ18 기념식이 열리는 국립 5ㆍ18 민주묘지에 도착했으나 시민단체의 저지에 행사장까지 들어오는데 어려움을 겪었어요. 결국 기념식이 끝난 후 처음 입장했던 ‘민주의 문’이 아닌 좌측으로 빠져 나와야 했어요. 분향도 못한 채로요.

1년 전 자유한국당과 지금의 미래통합당은 적어도 5ㆍ18을 대하는 자세에서만큼은 뭔가 달라도 다른 모습입니다. 4ㆍ15 총선 참패의 여파인 걸까요, 아니면 정말 달라진 걸까요? 새 원내사령탑을 맞이한 통합당의 행보, 기대해봐도 될까요?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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