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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맞히려고 병원 방문 일정을 잡았다가 고민 끝에 취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이 며칠간 ‘0’을 기록하길래 이만하면 병원에 가도 되겠다 싶었는데, 난데없이 클럽발(發) 재확산으로 확진자가 다시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해 안엔 맞혀야 하는데, 이러다 기본적인 예방접종 일정까지 놓치는 거 아닌가 싶어 애가 탄다.

보통 필수 예방접종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모두 마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여전히 많다. 그러나 6학년인 만12세가 되면 디프테리아ㆍ파상풍ㆍ백일해와 일본뇌염 백신을 다시 맞아야 한다. 각각 6번째와 5번째 접종인데, 여기까지 맞아야 나라에서 정한 어린이 필수 예방접종을 모두 완료하게 된다. 아이에게 백신을 맞힌 게 초등학교 입학 전이니 5, 6년이 지나면 엄마들도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백신 접종 필요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드물긴 하지만 분명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표준 예방접종 일정을 따르면서도 괜찮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백신을 맞았을 때 부작용을 겪을 확률보다 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과학자들의 판단을 믿을 따름이다.

필수 예방접종에 포함된 백신 제품들은 모두 오랜 기간 철저한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거친 과학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학계에는 여전히 유효성에 대한 다양한 견해 차가 존재하고, 부작용 보고가 사라지지 않는다. 공식적인 허가 절차를 거쳐 이미 제품화한 백신에 대해서도 과학자들이 유효성과 안전성 연구를 중단하지 않는 이유다. 바로 이런 점에서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코로나19 백신 기대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제약ㆍ바이오 기업들은 신약 개발에는 10년 이상이 걸린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은 개발을 시작한 지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 연내에, 내년에 출시가 가능할 거라는 장밋빛 전망이 수두룩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신종이란 점을 감안하면 약 개발 기간을 10분의 1로 단축하겠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고병원성 바이러스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할 수 있는 첨단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어 국내 여러 기업과 대학 등에서 코로나19 약 공동개발을 제안받고 있다는 한 공공연구기관 과학자는 최근 기자에게 “얼토당토않은 계획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를테면 어떤 기업은 실험동물에게 하루 24시간 내내 열흘 동안 링거를 맞히는 방식으로 약물을 투여하고,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우려가 있다면 마취를 시킨다는 계획을 들고 왔다는 것이다.

실험동물이 온종일 링거를 꽂은 채 연구진이 원하는 대로 얌전히 있어줄 리 만무하다. 특히 원숭이 같은 영장류는 아프고 걸리적거리는 주사 바늘을 ‘손’으로 즉시 뽑아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섣불리 마취제를 주입할 경우 약물과 마취제가 생체 내에서 어떤 상호작용을 일으킬 지 모를 일이다. 더구나 열흘씩이나 약물을 투여하면 동물이 회복된다 해도 자연적인 현상인지 약물 효과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약물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동물실험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계획이다. 이 과학자는 국내외에서 기대를 모으는 코로나19 약 개발 계획의 상당수가 이처럼 ‘수준 미달’일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약 개발에 성급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로 과학자들은 정부나 기업의 ‘데드라인’을 꼽는다. 후보물질 탐색, 동물실험, 임상시험 등 약 개발에 필요한 일련의 과정들에 마감 시한을 정해놓는 ‘톱다운’ 방식을 적용하면 개발 속도는 올라갈 지 몰라도 유효성과 안전성은 보장하기 어려워진다. 워낙 변수가 많은 탓에 의약품 개발 연구는 계획대로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신약개발 실패 확률이 성공 확률보다 훨씬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과학자들 사이에선 일부 기업들이 일시적으로 주가를 띄우기 위해 연구 결과의 의미를 과대 포장해 발표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렇게 해서 설사 1, 2년 사이 코로나19 백신이 나온다 한들 누구나 안심하고 맞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약 개발은 모든 절차가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섣불리 기한을 약속하거나 성급히 추진해선 안 된다. 코로나19 약을 개발 중이라는 기업들에게 ‘엄마의 마음으로, 여러분의 자식에게 쓸 수 있는 약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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