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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에서 울고 있는 청개구리. 국립생물자원관

때 묻지 않고 청량한 환경이 유지된 아마존 정글에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검은 밤이 드리우면 반짝이는 별빛 아래 고요한 습지 주변으로 ‘삐용~삐용~삐용~’ 아름다운 우드콕 개구리의 달콤한 선율로 가득 채워집니다.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자유롭게 자연 속에 동화된 자신을 느끼며 눈을 감고 바람의 소리, 흔들리는 풀 소리, 곤충과 개구리 소리에 초점을 맞추며 근심과 걱정을 떨쳐냅니다.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는 자연에서의 소리 자원을 이용해 자율감각 쾌락반응(ASMR)으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얻고자 합니다.

필자가 지방에서 지내던 어린 시절만 해도 밤이 되면 아마존 정글처럼 집 주변의 논과 밭, 하천 주변에서 다양한 개구리들의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최소한 ‘꽥 꽥 꽥’과 같은 청개구리의 울음소리는 어디서나 흔하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도시화로 인해 많은 논과 밭의 양서류 서식지가 감소했고, 제초제 이용과 기계화된 경작 방법, 환경오염으로 집 주변에서는 더 이상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습니다. 안타깝지만, 지금 아이들은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소리를 쉽게 접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총 13종의 개구리가 서식하며, 각각의 종은 적합한 서식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해 서로 다른 모습으로 각기 다른 소리를 뽐내며 자신을 드러냅니다. 이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우리나라의 개구리 울음소리 뒤에 숨겨진 기능과 역할을 알아보고, 각각의 종이 어떠한 모습으로 어떻게 울음소리를 내는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개구리의 주요 번식지인 논과 습지. 국립생물자원관
 ◇울음소리, 개구리의 의사소통 

개구리들은 왜 울음소리를 낼까요. 개구리가 우는 이유는 주로 번식행동과 관련 있으며, 크게 세 가지 유형의 상황에 따라 울음소리와 행동을 통해 상대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합니다.

첫째로,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구애의 신호’로 소리를 냅니다. 대부분 수컷은 일정한 리듬으로 반복적으로 소리를 내는데, 암컷은 수많은 수컷의 울음소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소리를 찾아 짝짓기 상대에게 다가갑니다. 다음으로, 자신의 세력권에 침입한 다른 수컷에게 ‘경계의 신호’로 소리를 냅니다. 불규칙하게 긴 간격을 두고 큰 소리를 내면서 상대를 위협하며 쫓아냅니다. 마지막으로, 암컷과 포접 중 다른 수컷이 자신에게 접촉할 때 ‘경고의 신호’로 소리를 냅니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의미로 짧은 간격으로 빠르게 소리를 내며 상대를 밀쳐냅니다.

울음주머니는 소리를 더 크고 멀리까지 전달하게 해주는 기관으로 암컷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매력을 표현하는 역할을 합니다. 울음주머니가 발달하지 못한 종들은 반경 1m 이내에서만 소리가 전달되지만, 울음주머니가 잘 발달한 일부 종들은 1㎞ 이상 떨어진 거리까지 소리를 보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개구리들은 울음소리를 내기 위해 먼저, 공기를 들이마신 후 콧구멍과 입을 막고 폐를 팽창시킵니다. 그런 다음 폐에서 울음주머니로 공기를 왕복시켜, 목구멍을 통해 소리를 냅니다. 이때, 울음주머니가 반복적으로 부풀어 오르는데, 이로 인해 더 멀리, 더 크게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따라서 울음주머니가 잘 발달한 종들은 울음소리가 크고 뚜렷하지만, 그렇지 않은 종들은 후두기관으로만 낮은 음의 작은 울음소리를 냅니다.

개구리들은 종별로 울음주머니의 위치와 크기, 형태가 다릅니다. 때문에 모든 종은 서로 다른 울음소리를 내며, 자신과 번식 가능한 동일 종의 소리를 식별하여 짝짓기가 진행됩니다, 따라서 우리도 울음소리만으로도 개구리의 종류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멸종위기 Ⅱ급 종인 맹꽁이는 턱 아래 한 개의 큰 울음주머니를 가지고 있어 ‘맹-꽁 맹-꽁’하는 소리가 크고 멀리 울려 퍼지지만, 한반도 고유종인 한국산개구리는 울음주머니가 발달하지 못해 ‘딱’하는 작고, 짧은소리를 냅니다.

울음주머니가 잘 발달한 북방산개구리. 국립생물자원관
 ◇자연에서 들어봐요, 개구리 소리 

우리나라 개구리 소리, 어디에서 들을 수 있을까요. 울음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개구리들의 서식지인 산지 계곡이나 논 습지, 하천 등지와 같이 주로 물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개구리 소리를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각각의 종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참개구리와 청개구리는 제주도를 포함한 전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종들로 대부분 우리나라의 산지 주변 논 습지에서 쉽게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수원청개구리와 금개구리는 서쪽 지방 주변에만 분포하고 있는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에, 평지 주변의 일부 논 습지에서만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번식기에 맞춰 개구리들이 울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면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각 종의 분포지역과 서식지, 번식기를 모두 파악해야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자연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북방산개구리의 울음소리 음은 높고 맑습니다. 은쟁반에 올려진 구슬이 빠르게 굴러가는 소리와 비슷합니다. 주로 수중에서 소리를 내며, 수컷 개체들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턱 아래 울음주머니 한 쌍을 부풀려 ‘오그그그그’, ‘오그그그그그’ 와 같은 소리를 냅니다. 북방산개구리의 울음소리는 2월 말부터 4월 사이인 봄철, 우리나라 전역의 계곡 또는 산지 주변 논과 수로, 웅덩이, 습지 등지에서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한국산개구리의 울음소리는 낮고 맑습니다. 주로 얕은 물에서 울음소리를 냅니다. 이들은 울음주머니가 발달하지 못해 후두기관으로 소리를 냅니다. 수컷 개체들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딱, 딱, 딱’ 하는 작은 소리를 여러 번 반복해서 냅니다. 한국산개구리의 울음소리는 2월 말부터 4월 사이인 봄철, 제주도를 제외한 전 지역의 산지 주변 논과 밭, 하천, 습지 등지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주변 환경에 민감하고 매우 작은 소리로 짧게 울기 때문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쉽게 들리지 않습니다.

청개구리의 울음소리는 비교적 높고 맑습니다. 대체로 수중보다 땅 위나 풀잎 또는 나뭇가지 위에서 소리를 냅니다. 일반적으로 ‘꽥, 꽥, 꽥, 꽥’하는 소리를 여러 번 리듬감 있게 반복하며, 지역과 개체에 따라 음의 높이에 약간의 차이를 보입니다. 청개구리는 턱 아래 비교적 잘 발달되어 있는 1개의 울음주머니를 부풀려 소리를 냅니다. 청개구리의 울음소리는 4월부터 6월 사이인 초여름, 우리나라 전역의 산지 및 평지 주변 논 습지, 밭, 웅덩이, 하천 등지에서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맹꽁이의 울음소리 음은 낮고 맑습니다. 대부분 뭍보다 수중에서 울음소리를 냅니다. 일반적으로 ‘맹-맹-맹’ 하는 소리와 ‘꽁-꽁-꽁’ 하는 소리를 내며, 이러한 두 가지 소리가 합쳐져 우리들의 귀에는 ‘맹-꽁-맹-꽁-맹-꽁’과 같은 소리로 들립니다. 맹꽁이들도 턱 아래 1개의 울음주머니를 크게 부풀려 소리를 냅니다. 맹꽁이 울음소리는 6월부터 8월 사이인 장마철, 강원도를 제외한 일부 지역의 산지 및 평지 주변 밭과 습지, 웅덩이 등지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외래종인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 음은 비교적 낮습니다. 이름처럼 황소가 우는소리와 비슷합니다. 대부분 수중에서 울음소리를 냅니다. 이들은 ‘우음-우음-’과 같은 울음소리를 불규칙적으로 냅니다. 황소개구리들은 턱 아래의 울음주머니 1개를 크게 부풀려 소리를 냅니다.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는 4월부터 7월 사이인 여름철, 남부지방의 산지 및 평지 주변 논과 밭, 수로, 웅덩이, 하천 등지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사라지는 개구리 소리 

제초제, 살충제와 같은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 농기구 기계화는 논 습지를 주요 서식지로 이용하는 개구리들의 서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도시화와 도로공사, 농지 개발 등으로 개구리 울음소리의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개구리는 조류와 어류, 포유류 등 다양한 분류군의 주요한 먹이 자원이자 유해한 곤충들을 포식하는 동물입니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먹이사슬의 중간자적 위치에 존재하고 생물다양성을 안정적으로 유지 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보호해야 할 분류군입니다.

동물의 소리는 무형의 자원으로 종간 의사소통의 신호이자, 생태 경관을 구성하는 소중한 자연입니다. 하지만, 급격한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로 인해 멸종 위험도가 높은 종들이 많아지고 있어 모든 동물의 소리를 우리가 영원히 들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소리 은행 구축을 목표로 동물들의 소리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소리 자원 활용을 위해 개구리뿐만 아니라 곤충과 조류, 포유류 종들의 울음소리를 지속적으로 수집 및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생물의 의사소통과 소리의 의미를 파악하고, 동물 소리 음원 제공, 자생생물 소리 도감 발간 등 교육과 생태 보전적인 측면에서 다양하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알려드린 개구리 소리 이외에도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홈페이지(https://species.nibr.go.kr)’에 방문해 생물 종 이름을 검색하면, 다양한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도민석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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