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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한 식감과 개운한 맛이 일품인 마늘종은 어떻게 먹든 밥 반찬의 고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봄의 일이다. 경기 용인 고기리로 막국수를 먹으러 갔다. 대혼란이 일어나는 점심시간 직전에 한 그릇 비우고 나가려는데 마당에서 웬 할아버지가 마늘종을 팔고 있었다. 사, 어디에 이런 마늘종 없어. 일단 보통 마늘종의 3분의2 수준으로 가는 굵기가 인상적이었다. 한 단 들어서 보니 각각의 줄기는 부러뜨리지 않고 묶을 수 있을 정도로 연하고 부드러웠지만 단으로 모아 놓으니 적당히 힘이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런 마늘종은 본 적이 없었다. 아이 팔뚝 보다 가는 한 단에 8,000원. 대략 백화점에서 파는 품질 좋은 마늘종보다 1.5배 비싼 수준이었지만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길에서 맛을 보기는 좀 그렇고, 차에 오르자마자 창문을 다 닫고 한 대를 집어 입에 물었는데 그야말로 인생 마늘종이었다. 부드러운 껍질을 씹으면 전혀 아린 맛 없이 터지며 매끈한 속살이 비어져 나오는 게 1만6,000원이어도 아깝지 않을 수준이었다. 장아찌는 양념이 뒤덮을 테니 안되고, 말린 새우 같은 재료나 보좌하라고 요구할 양심도 없어서 절반은 뜨거운 소금물에 아삭함이 가시지 않도록 살짝 데쳐 그냥, 나머지 절반은 무쇠팬에다 볶아 먹었다. 하루 이틀 정신을 못 차리고 마늘종을 즐기고 나니 어느새 봄이 끝나 있었다. 

마늘종은 줄기가 연하고 부드러운 것일수록 맛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미 80화를 넘겼건만 너무 흔해서 ‘세심한 맛’에서 소개하기 꺼려지는 식재료들이 은근히 많다. 왠지 너무 다들 잘 알고 있어서 무엇을 이야기해도 독자가 이미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는 재료들 말이다. 꼽자면 마늘종이 그 가운데서도 으뜸이다.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라 진작 다뤘어야 옳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다. 제철이면 말린 새우 등과 볶아 먹고 철이 아니면 간장이나 고추장에 담근 장아찌도 있고… 생각해 보니 딱 거기까지이다. 흔하게 먹기는 먹지만 조리법이 엄청나게 다양하지는 않다. 사실 어떻게 먹어도 맛있으니 다양한 조리법이 과연 필요할까 싶지만 그래도 좀 더 알아서 나쁠 건 없다. 

게다가 표준 표기법도 망설임에 한 몫 단단히 거들었다. 모두가 마늘’쫑’이라 부르지만 이 식재료, 그러니까 마늘 꽃줄기의 정식 명칭은 마늘‘종’이다. 쌍자음을 단자음으로 바꿔버리니 일단 된소리의 힘이 확 빠져 버린다. 봄의 식탁에 활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식재료의 생동감도, 그와 깊이 연관된 특유의 아린맛도 ‘마늘종’이라 일컫는 순간 순식간에 시들어 버리는 느낌이 있다. 물론 그와 함께 개성적인 맛도 빠져 나가는 것 같아 영 아쉽다. ‘종’이 ‘파나 마늘의 꽃줄기 끝에 달린 망울’을, 종대가 그 줄기를 의미하니 ‘마늘종’이 엄연히 표준어이기는 하다. 하지만 ‘짜장면’도 2011년 표준어로 인정된 ‘자장면’과 별도로 많이 쓰여 복수 표준어로 인정 받았다면 ‘마늘쫑’에게도 명분이 있다. 아마 이 글을 읽으면서 ‘마늘쫑’이 표준어가 아님을 처음 알게 된 독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아린맛을 빼려면 마늘종을 살짝 데친 뒤 조리하는 게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삭하게는 1~2분, 부드럽게는 5분 데쳐야 

영 탐탁치 않지만 그래도 표준어라니 아쉬움을 접고 일단 따라 보자. 식재료로서 마늘종의 최대 장점을 꼽자면 역시 간편함이다. 꽃이 피는 윗동을 경우에 따라 잘라 버리기도 하지만 대체로 사온 그 상태 그대로 조리할 수 있다. 다만 밑동은 한 번 살펴 보는 게 좋다. 내가 고기리에서 사온, 기적 같은 마늘종은 정말 드문 예외이다. 일상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것이라면 특히 가격대가 낮을수록 굵고, 그러면 밑동의 껍질이 나무의 그것처럼 단단하고 질길 수 있다. 엄지와 검지로 속살이 비집고 나올 때까지 눌러 보거나 포크로 찔려 영 딱딱하다면 도마에 가지런히 모아 올려 4~6㎝ 가량 썰어 버린다. 

우리는 고추에 고추장을 찍어 먹을 만큼 매운맛에 단련된 데다가 생마늘을 쌈장에 찍어 먹는 마늘 왕국의 일원이다. 따라서 마늘종 또한 얼마든지 날로 먹을 수 있다. 다만 마늘보다 강하지는 않으면서도 꽃대를 타고 오르는 아린맛이 때로 꽤 얼얼하다. 따라서 기본 손질 혹은 조리로 데치기를 생각해볼 수 있다. 큰 냄비에 절반 정도 물을 담고 소금을 타, 끓으면 마늘종을 썰지 않은 그대로 담근다. 굵기에 따라 날 것의 아삭함을 좋아하되 아린맛만 적당히 가셔내고 싶다면 1~2분, 완전히 익힌 채소처럼 부드러움을 즐기고 싶다면 5분까지 데친 뒤 건진다. 포크나 칼로 껍질을 찔렀을 때 살짝 저항하며 속살까지 들어가면 다 익은 것이다. 찬 수돗물에 완전히 식을 때까지 담가 두었다가 털어 종이 행주로 물기를 걷어내면 준비가 끝난다.

한식의 나물처럼 즐기고 싶다면 살짝 데친 마늘종을 양념에 버무리면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마늘종 페스토, 샐러드, 나물… 

들추고 뒤져보면 은근히 여러 가지의 마늘종 조리법을 찾을 수 있는 가운데, 가장 낯설게 다가오는 음식부터 소개해보자. 바로 마늘종 ‘페스토(pesto)’이다. 페스토는 ‘페이스트’, 즉 곤죽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이다. 바질잎과 파르미지아노 치즈, 마늘과 올리브기름, 소금을 한데 갈아 만들어 샌드위치에 바르거나 파스타를 버무려 먹는다. 바질잎 등 앞서 말한 재료들이 전통적으로 쓰이지만 이름처럼 곤죽 상태를 이루는 게 중요하므로 다른 재료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허브인 바질잎 대신 흔한 깻잎이나 방아풀 등으로 대체해 만드는 페스토가 흔하다. 이런 페스토를 마늘종으로 만들면 허브 이파리와 마늘의 두 가지 재료를 한꺼번에 대체할 수 있으므로 맛도 맛이지만 효율이 좋다. 아린 맛만 가시도록 살짝 데친 마늘종을 썰어 파르미지아노 치즈, 올리브기름과 함께 손 블렌더(도깨비 방망이)의 양념통에 갈아 만든다. 페스토에는 짧은 파스타가 더 잘 어울리는 한편 먹기에도 편하니 파르팔레(나비 넥타이 모양) 등을 삶아 뜨거울 때 버무리고 간 치즈와 올리브기름을 더 얹어 먹는다. 

다음으로는 샐러드를 생각해볼 수 있다. 마늘의 일부이니 쉽게 살 수 있는 제철에는 대신 쓴다고 생각해도 큰 무리가 없는 가운데, 가장 맛있을 것 같은 조합은 방울토마토와 함께 버무린 샐러드이다. 취향에 맞는 질감으로 데친 마늘종을 다지듯 쫑쫑 썰어 드레싱에 먼저 더한 뒤 토마토와 버무려 마무리한다. 토마토와 마늘종 두 가지 만으로도 멀쩡하지만 바탕 삼아 여러 갈래로 맛을 낼 수 있다. 샬롯이나 양파, 파 등의 향신채를 더해도 좋고, 리코타나 코티지, 페타나 모차렐라처럼 숙성을 거치지 않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치즈를 얹어 주면 끼니에 가깝게 균형이 맞는다. 숟가락으로 퍽퍽 퍼먹어도 좋지만 썰어 구운 빵에 얹으면 손색 없는 와인 안주인 브루스케타로 변신한다. 

한편 한식의 나물처럼 먹고 싶다면 데친 마늘종을 길게 썰어 적당한 식초와 기름으로 버무리면 끝이다. 볶음이나 장아찌와는 또 다른 맛을 내주는데 사과 식초가 꽤 잘 어울린다. 왠지 마늘종만 먹기는 좀 아쉽다면 삶아 식힌 닭고기나 돼지고기(주로 다릿살. 삶은 뒤 얼음물에 담가 식히면 살코기는 부스러지지 않고 비계는 부드럽게 굳어 맛이 한결 업그레이드 된다), 스테이크처럼 구운 쇠고기와 버무려 보자. 맥주에 잘 어울리는 냉채가 된다. 마늘종만으로 심심하다면 채칼로 최대한 얇게 저며 그대로 숨이 죽은 양파를 함께 버무려도 좋다.

마늘종을 볶아 먹을 때는 무쇠팬에 식용유를 두른 뒤 간장에 졸여 익히면 맛과 식감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데친 마늘종은 이 정도로 충분하니 이제 볶아볼 차례이다. 가장 흔한 조리법이며 밥 반찬의 고전이다 보니 볶음이야 말로 살펴보려는 시도 자체가 마늘종과 독자에게 모독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업그레이드의 여지는 아직 두 가지나 남아 있다. 첫 번째는 팬의 업그레이드이다. 흔히 쓰는 얇은 논스틱팬보다 두툼한 스테인리스나 무쇠팬에 볶는다. 팬에 식용유를 둘러 중불에 올리고 마늘종은 굵기에 따라 4~6㎝로 썬다. 기름이 반짝거리며 흐르기 시작하면 마늘종을 올리고 나무 주걱으로 뒤적이며 볶는다. 

이때 충분히 달구는 것은 물론 마늘종을 너무 많이 올리지 않아야 잘 볶을 수 있다. 마늘종이 단 한 켜로 깔리면서도 팬의 바닥을 완전히 가리지 않을 만큼만 올린다. 껍질이 살짝 쪼글쪼글하면서 당이 반응해 군데군데 거뭇해지면 익은 것이다. 두 번째는 맛내기의 업그레이드이다. 감칠맛을 더해주는 간장은 팬이 가장 뜨거울 때 부어 마늘종과 함께 살짝 졸인다는 느낌으로 익힌다. 간장 특유의 냄새는 날아가면서 농축된 맛의 막을 마늘종에 입힌다. 한편 소금은 간을 맞출 뿐만 아니라 질감의 요소로도 쓸 수 있다. 볶음의 마무리에 중간 굵기의 소금을 조금 넉넉하다 싶게 솔솔 뿌려주면 부드럽고 매끈하게 익힌 마늘종에 아삭거리는 짠맛으로 간은 물론 질감의 대조를 줄 수 있다. 

짧게 쓴 마늘종은 파스타나 오믈렛, 양파 수프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마늘종은 길게 썰어 볶는 게 정석이지만 다지듯 잘게 썰면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다만 덩달아 칼질의 난이도까지 올라간다는 단점이 함께 딸려 온다. 그저 다른 길이로 썰 뿐인데 단면이 원기둥인 재료의 특성 탓에 잘리자마자 데굴데굴 굴러 다녀 간수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한 도마 가득 차도록 썰어 놓고 전부 데굴데굴 싱크대로, 바닥으로 굴러 사라져 요리는 요리대로 못하고 청소는 청소대로 뒤집어 쓸 수도 있다. 그러니 조금 차분한 마음으로 칼질에 임한다. 마늘종을 대여섯 가닥씩 모아 손으로 꼭 쥐고 조금씩 뒤로 후퇴하며 0.5㎝ 길이로 썬다. 한 번 썬 뒤에는 칼등이나 사각형 접시, 빵반죽칼(bench scraper)등으로 조심스레 모아 별도의 그릇에 담고 마저 썬다. 

마늘종을 볶을 때 안초비를 넣어 감칠맛을 내준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짧게 썬 마늘종을 올리브기름 둘러 중불에 달군 팬에 더해 볶고 안초비나 액젓으로 감칠맛을 내준다. 이제 마늘종을 익히는 정도에 따라 세 가지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다. 첫 번째는 여느 마늘종 볶음 정도로 익혀 파스타, 특히 스파게티에 버무린다. 마늘종과 안초비, 올리브기름이 파스타의 훌륭한 소스 역할을 맡는다. 한편 파스타는 단단한 듀럼밀 반죽을 뽑아 꼬들꼬들한데, 베이킹소다(삶는 물 1ℓ 당 2작은술 첨가)를 탄 물에 삶으면 중화면처럼 부들부들해져 또 다른 마늘종면을 맛볼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마늘종이 형체를 갖췄으되 완전히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아 오믈렛 등의 마무리에 쓴다. 채소의 단맛과 안초비의 감칠맛, 아삭함의 마지막 몇 가닥이 부드러운 계란의 맛을 한층 돋워준다. 마지막으로는 너나 구분이 어렵도록 완전히 푹 익히는 것이다. 프렌치 어니언 수프의 바탕이 되는 캐러멜화 양파(혹은 양파 잼)의 수준으로 볶아 빵에 발라 먹거나 수프 등 국물 음식에 양식 다대기처럼 쓴다.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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