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콜센터 이어 물류센터, 방역 ‘약한 고리’ 더 없나

입력
2020.05.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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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 이곳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추가로 폐쇄 조치됐다. 고양=배우한 기자
경기 고양시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 이곳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추가로 폐쇄 조치됐다. 고양=배우한 기자

쿠팡발(發) 코로나19 사태는 감염병에 취약한 노동 환경을 거듭 환기시켰다.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한 집단 감염은 그래서 예견된 사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29일 낮 기준 102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근무자보다 가족, 지인 같은 n차 감염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사태가 악화일로인 데는 최초 확진자 발생 직후 초기 조치를 하지 않은 쿠팡 측의 잘못도 있지만, 애초 기초 방역 자체가 불가능한 노동 환경도 한몫했다. 특히 부천 물류센터는 약 1,600명이 일하는 대규모지만, 쉬지 않고 택배를 분류하고 트럭에 실어야 하는 터라 계속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마스크를 끼면 숨쉬기가 어렵고 땀이 차기 때문이다. 그나마 본사 직접 고용 배송기사인 ‘쿠팡맨’에게는 마스크라도 지급됐지만, 일일 단위로 계약하는 ‘쿠팡플렉서’에겐 이런 지원이 없었다. 여기다 대다수 일용직은 ‘투잡’ 노동자들이었다. 감염 여파가 부천 물류센터에서 시작해 다른 물류센터는 물론 지역사회까지 ‘거미줄 전파’를 일으킬 가능성이 많은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방역당국이 물류센터 같은 감염 취약 사업장에 대한 예방 조치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미 서울 구로 콜센터 같은 실내 밀집도가 높은 사업장의 집단 감염을 겪었다. 그런데도 또 다른 약한 고리인 물류센터는 별도의 방역 지침조차 없이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정부는 그간 요양시설, 콜센터 등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부랴부랴 전수조사를 하는 식의 사후약방문 조치를 해 왔다. 이번엔 전국 물류센터를 전수조사하고 물류시설 세부 방역 지침을 내놨다.

감염병은 사후 조치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일단 확산하면 사태를 되돌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에 쏟아부어야 하는 인적ㆍ물적 에너지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제2, 제3의 감염 취약시설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맞춤형 조치를 내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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