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화상병 충북지역 급속 확산 ‘비상’

입력
2020.06.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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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농가 확진, 북부권 중심 무섭게 번져

의심 신고 잇따라 최악 피해 불 보듯

당국 “신속 진단ㆍ매몰이 최선 방책”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충북 충주의 한 사과 과수원에서 과수 매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특별한 예방책이나 약제가 없어 발병하면 대부분 매몰처분(발생률 5%이상)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충북 충주의 한 사과 과수원에서 과수 매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특별한 예방책이나 약제가 없어 발병하면 대부분 매몰처분(발생률 5%이상)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과일 나무에 치명적인 과수화상병이 충북 지역을 휩쓸고 있다. 예년보다 발병 시기가 이른데다 확산 속도가 훨씬 빨라 과수 농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일 충북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도내에서 과수화상병 확진을 받은 곳은 75개 농가에 달한다. 과수 면적은 42.4ha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사과 주산지인 충주가 67곳으로 가장 많고 제천 7개 농가, 음성 1개 농가 등이다.

문제는 감염 의심신고 농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도내에서는 5월 16일 충주시 산척면의 한 과수원에서 과수화상병 의심 신고가 들어온 뒤 충주와 제천 지역을 중심으로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음성, 진천 등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의심신고에 따라 현재 농촌진흥청에서 정밀진단중인 농가가 92곳에 이른다.

올해 과수화상병은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발병했다. 작년에는 충주의 한 과수농가에서 5월 20일쯤 의심신고가 들어왔다. 농가당 피해 규모는 예년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충주시농업기술센터는 “예년 같으면 감염 비율이 전체 과수의 1~2%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평균 20%가까이 된다. 신고가 들어와 현장에 나가보면 한 눈에도 병세가 드러날 정도”라고 심각한 상황을 전했다.

센터측은 “개화 시기인 4월초 이상저온 현상으로 인해 잠복된 과수화상병 균이 활성화한 것이 피해를 키우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과수화상병에 걸린 과일나무. 가지와 잎이 불에 덴 것처럼 검붉게 변한 뒤 말라 죽는다. 충북도 제공
과수화상병에 걸린 과일나무. 가지와 잎이 불에 덴 것처럼 검붉게 변한 뒤 말라 죽는다. 충북도 제공

병이 무섭게 번지자 당국과 농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도농업기술원은 과수화상병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지난달 중순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협조해 예찰을 늘리면서 확진 시 신속하게 매몰 처분에 나서고 있다. 사과ㆍ배 등을 출하할 때는 작업장과 포장재에 대한 소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병을 예방하거나 차단할 뾰족한 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과수화상병은 주로 사과ㆍ배 나무에 피해를 주는 세균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사과나무는 줄기와 잎이 구부러지거나 붉게 마르고 배나무는 잎이 검게 말라 죽는다. 전염 속도가 빠르고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만, 아직까지 이 병의 감염 원인과 경로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특별한 예방책이나 약제도 없다.

현재로선 병이 발생하면 과수나무를 전량 매몰 처분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당국은 과수화상병으로 확진되면 해당 과수원에 5~6m의 구덩이를 판 뒤 뿌리째 뽑은 과수나무에 생석회를 뿌리는 방식으로 매몰 처리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과수원 전체 기준 발생률이 5% 미만이면 해당 나무와 인접 나무만을 제거하는 것으로 지침이 바뀌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피해가 20%선에 달해 과수 전체를 매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경희 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장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세균병이라 빨리 진단해서 최대한 신속하게 매몰 처분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농가에 당부했다.

충북에서는 2015년 제천에서 처음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뒤 2016년과 2017년 2년 동안은 잠잠하다가 2018년 다시 35개 농가에서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충주 등 북부지역 과수원 145곳(88.9ha)을 휩쓸어 역대 최대 피해를 입혔다. 이 해 피해 보상금만 270억 2,000만원에 달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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