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 전망대 갈까, 평사리 달마중 할까?... 하동 최참판댁 주변 볼거리

입력
2020.06.03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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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토지’의 최참판댁으로 유명한 하동 악양면 산중턱에 설치된 전망 시설 ‘스타웨이 하동’에서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섬진강 건너편은 광양 땅이다. 하동=최흥수 기자
소설 ‘토지’의 최참판댁으로 유명한 하동 악양면 산중턱에 설치된 전망 시설 ‘스타웨이 하동’에서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섬진강 건너편은 광양 땅이다. 하동=최흥수 기자

하동은 신안 완도 담양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먼저 국제슬로시티에 가입한 곳이다. 슬로시티는 성장보다 성숙, 속도보다 깊이와 품위를 존중하는 삶을 지향한다. 하동에서 그 중심은 악양면이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드넓은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변 모래사장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푸근하고 느긋해진다. 소설을 현실에 재현한 ‘최참판댁’에 간다면 주변도 꼭 함께 둘러보길 권한다.

악양면 매암차문화박물관에서 모녀가 다정하게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1920년대에 지은 박물관 건물 창밖으로 녹차밭이 펼쳐진다.
악양면 매암차문화박물관에서 모녀가 다정하게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1920년대에 지은 박물관 건물 창밖으로 녹차밭이 펼쳐진다.
매암차문화박물관은 근래 악양면에서 가장 뜨고 있는 ‘인증사진’ 명소다.
매암차문화박물관은 근래 악양면에서 가장 뜨고 있는 ‘인증사진’ 명소다.
매암차문화박물관은 차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을 대부분 차밭 가까이 배치했다.
매암차문화박물관은 차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을 대부분 차밭 가까이 배치했다.

악양면사무소 앞의 매암차문화박물관은 슬로시티 악양의 진면목을 음미할 수 있는 곳이다. 악양은 한국 차의 시원으로 꼽히는 화개 못지않게 차 농사를 많이 하는 곳이다. 매암차문화박물관은 2000년에 개관한 차 박물관이자 다원이다. 일제강점기 규슈대학 연습림이었던 농장을 강화수씨가 매입해 1968년부터 차나무를 심어 가꾼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매암은 강씨의 호다.

1926년에 지은 연습림 관사는 유물전시관으로, 약 130점의 차 관련 도구와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다원으로 난 창은 방문자들이 꼭 ‘인증사진’을 남기는 곳이다. 차를 마시는 테이블도 실내보다 농장 가까이에 배치했다. 감나무 그늘 아래서 녹차밭을 바라보며 분위기 있게 차를 즐길 수 있다. 산책로가 조성된 차밭 역시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악양면 한산사 앞의 전망대. 드넓은 평사리 들판과 산, 섬진강과 모래사장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악양면 한산사 앞의 전망대. 드넓은 평사리 들판과 산, 섬진강과 모래사장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한산사 앞 전망대에서 본 풍경. 평사리 들판의 동정호와 부부 소나무가 바로 내려다보인다.
한산사 앞 전망대에서 본 풍경. 평사리 들판의 동정호와 부부 소나무가 바로 내려다보인다.

최참판댁에서 고소성 가는 길로 약 1km 어슬렁어슬렁 걸어 오르면 한산사라는 작은 사찰이 나오는데, 바로 앞에 악양의 풍광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중국 악양의 그 모습을 본 딴 동정호와 부부 소나무가 내려다보이고, 너른 들판 오른쪽으로 새하얀 섬진강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산과 들과 강,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풍광이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고소성까지 올라 보는 것도 괜찮다. 고소성은 신라 때 돌로 쌓은 산성으로 능선을 따라 5각형에 가까운 형태로 쌓았다. 서남쪽 섬진강을 굽어보는 구간을 제외하면 성벽이 거의 온전하게 남아 있다. 한산사에서 약 600m, 제법 가파른 산길이다.

악양면의 전망 시설 ‘스타웨이 하동’에서는 산과 들, 강과 하늘이 전방위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악양면의 전망 시설 ‘스타웨이 하동’에서는 산과 들, 강과 하늘이 전방위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스타웨이 하동’의 돌출 전망대에서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발 아래로 평사리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스타웨이 하동’의 돌출 전망대에서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발 아래로 평사리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한산사 옆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스타웨이 하동’이다. 섬진강이 발아래 펼쳐지고, 강 건너 광양 다압면과 백운산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서는 전망 시설이다. 카페에서 차 한잔을 시켜놓고 쿠션 좋은 안락의자에 앉아 섬진강과 드넓게 펼쳐지는 하늘을 하염없이 주시한다. 하늘과 땅 사이 어디쯤에서 세상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아래층은 강에 더 가까운 공중 산책로다. 투명 유리로 아래가 훤히 보이는 모퉁이에 서면 아찔함이 배가 된다.

전라도 땅인 곡성과 구례를 거쳐 온 섬진강은 악양면 평사리에 이르러 강폭이 한결 넓어진다. 상류에서 실려 온 모래가 드넓은 백사장을 형성하는 것도 이곳이다. 웬만한 해수욕장 못지않게 넓어 언제 봐도 시원하지만 무더운 여름이라면 저녁과 밤 풍경도 운치 있다.

섬진강은 악양면 평사리에 이르러 강폭도 넓어지고 모래사장도 형성된다. 평사리 백사장과 닿은 강물에서 주민들이 다슬기를 채취하고 있다.
섬진강은 악양면 평사리에 이르러 강폭도 넓어지고 모래사장도 형성된다. 평사리 백사장과 닿은 강물에서 주민들이 다슬기를 채취하고 있다.
악양면 평사리 백사장에서 매달 음력 보름을 전후해 ‘달마중’ 행사가 열린다. 대형 인공 달을 조형물로 설치해 날이 흐려도 문제가 없다. 놀루와 제공
악양면 평사리 백사장에서 매달 음력 보름을 전후해 ‘달마중’ 행사가 열린다. 대형 인공 달을 조형물로 설치해 날이 흐려도 문제가 없다. 놀루와 제공

매달 보름을 전후한 주말에 이 모래사장에서 특별한 달맞이 행사가 열린다. 악양면에 소재한 공정여행사 ‘놀루와’에서 진행하는 ‘섬진강 백사장 달마중’ 프로그램이다.

백사장에 거대한 인공 달을 설치하기 때문에 날씨가 흐려도 분위기를 내는 데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단순히 달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약 2시간 동안 초롱불 들고 달마중, 종이배 띄우기, 강강술래, 시 낭송, 국악과 양악 공연, 피아노 연주 감상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이달 ‘달마중’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야간 관광 100선에 선정된 것을 기념해 5일 저녁 평사리가 아닌 하동송림 백사장에서 열린다.

하동=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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