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폐기’ 김종인 움직임에…내부 반발 조짐 통합당

입력
2020.06.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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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유사 민주당으로 가나”… 김종인 “시비 걸지 말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첫 의원총회에서 발언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첫 의원총회에서 발언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진취’ 메시지가 당내 가치 논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진보진영의 정책을 일부 흡수하는 수준이 아닌 ‘진보를 능가하겠다’고 방향을 잡자 벌써부터 반발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정당의 존립 근거인 이념과 철학을 바꾸겠다고 한 것이기 때문에 김종인표 개혁 작업이 진행될수록 당내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2일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 통합당 첫 의원총회에 참석해 의원들과 상견례를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솔직하게 말해서 내가 꼭 이 짓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다소 불만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과거와 같은 가치와 동떨어진 일이 일어난다 해도 이에 대해 너무 시비를 걸지 말고 협력해 달라”면서 “다들 협력해서 이 당을 정상궤도에 올려 다음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데 많은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짓’, ‘시비’ 등 다소 격한 어감의 단어를 쓴 것을 두고 당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장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 비대위가 보수ㆍ자유우파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한다. 개혁보수란 말도 쓰면 안 되는 거냐”면서 “심지어 (김 위원장이) ‘보수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가치’란 말도 한다. 보수의 가치마저 부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이어 “유사 (더불어)민주당, 심지어 유사 정의당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가치 지향점이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행보를 ‘민주당 2중대로 만드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초선인 황보승희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보수ㆍ자유우파 대신 실용주의?”라며 “보수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김 위원장과 한 배를 탄 비대위원들도 엄호에 나섰다. 김현아 비대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이 싸워야 하는 거대한 두 가지 싸움이 있는데, 여당과의 싸움과 우리 내부와의 싸움”이라며 “우리가 변화하지 못하면 정말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조만간 정강정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존 보수 가치와 결별하는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정강정책 개혁을 담당하게 된 김병민 비대위원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수는 지키는 것이지만,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많이 변해야 하는 게 보수의 가치”라며 “곧 정강정책 TF 위원을 구성하고, 정강정책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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