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한미군 노동자 무급 휴직 해결, 방위비 협상 타결 동력돼야

입력
2020.06.04 04:30
27면
미국이 2일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를 한국 정부가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경기 평택의 캠프 허프리스 기지 모습. 연합뉴스
미국이 2일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를 한국 정부가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경기 평택의 캠프 허프리스 기지 모습. 연합뉴스

미국 국방부가 2일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타결 지연으로 무급휴직에 들어간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급여를 지원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4월부터 무급휴직 상태인 한국인 노동자 4,000여명이 조만간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제 무급휴직의 막막한 길로 내몰렸던 노동자들로서는 다행한 일이다. 난항을 겪고 있는 방위비 협상도 새로운 국면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이 애초 협상 미타결을 이유로 한국인 노동자에 대해 무급휴직을 강행한 것부터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게다가 미국은 우리 국방 예산에 편성돼 있는 방위비 분담금 인건비 예산을 우선 집행해 파국을 피해보려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계속 외면해 왔다. 한국인 노동자들을 볼모 삼아 방위비 대폭 인상을 관철하려는 의도였던 셈이다. 그나마 뒤늦게 정부안을 수용한 것도 노동자의 생계를 걱정해서라기보다는 미군 내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른 인력 부족과 예산 소요 때문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이날 합의 내용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동맹국(한국)이 가능한 한 빨리 공정한 합의에 이를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상당한 유연성을 보였고 한국도 똑같이 해주길 요청한다”고도 했다. 이번 조치가 미국의 양보로 이뤄진 것처럼 내세운 것도 그렇지만 방위비 협상에서 상당한 유연성을 보였다는 발언은 터무니없다. 3월 말 한미 협상팀이 ‘13% 인상안’에 합의한 것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거부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미 국방ㆍ국무장관까지 동의한 합의안을 제치고 트럼프 대통령이 50%나 올려달라는 것은 동맹의 가치보다는 자신의 대선 전략을 우선시한 행태다.

한미가 주한미군 노동자 문제를 해결했듯이 방위비 협상도 조속히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정부는 “한미 양측이 조속한 시일 내에 협상이 합의에 도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중요한 것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분담의 원칙이다. 그동안의 방위비 기여를 당당하게 제시하고 미국의 부당한 압박에 끌려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국도 지나친 인상 요구를 접고 합리적으로 협상에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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