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질본 승격 ‘질병관리청’,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 맞나

입력
2020.06.05 04:30
27면
정부가 코로나19를 비롯해 포괄적인 감염병 대응 강화를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에서 독립된 ‘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3일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를 비롯해 포괄적인 감염병 대응 강화를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에서 독립된 ‘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3일 발표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가 승격하는 질병관리청의 기능과 역할이 시대적 요구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빈발할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해 질본 독립기구화는 필수지만 감염병 예방 및 방역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3일 입법 예고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에 보건 담당 2차관이 신설된다. 질본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에 국립감염병연구소를 만들되 연구원은 복지부 산하로 옮긴다. 연구소는 감염병 감시부터 치료제ㆍ백신 개발 및 상용화까지 전체 감염병 대응 체계 구축을 담당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연구원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와 관련된 전반적 연구를 담당하고 있어 범정부적 협조 체계가 필요하다”고 복지부 이관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 의견은 다르다. 질병관리청을 감염병 대응과 관리 컨트롤타워로 만든다면서 핵심 기능을 수행할 연구소를 복지부 산하에 두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국민청원에서 “감염병연구소는 질병관리청 산하에 있어야 감염병 대비 역량 강화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연구원을 청 산하에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부처 칸막이 현상이 심한 정부 현실에서 복지부 산하 기관이 외청인 질병관리청과 유기적 협력을 하리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산하에 권역별 질병대응센터(가칭)를 두기로 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권한 구분이 모호해 감염병 위기 시 지역 컨트롤타워 역할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자체 업무 지원과 국가 주도 감염병 대처 등에서 지자체와 함께 업무를 할 것”이라지만 지자체 지원 기능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질병대응센터를 지방청으로 만들어 위기 시 지역 보건소, 검역소, 방역공무원 등을 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감염병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관행과 인식으로는 감염병 관리ᆞ통제ᆞ연구 등 통합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 개정안을 받아 들게 될 국회가 미래지향적 방역 체계 구축을 위해 면밀하고도 심도 있는 법안 심의를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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