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로 학생들과 교감하는 학교전담경찰관

입력
2020.06.0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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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모 대구 달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

이상모 대구 달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헌혈을 시작해 올해 5월까지 78회의 헌혈을 했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이상모 대구 달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헌혈을 시작해 올해 5월까지 78회의 헌혈을 했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이상모 대구 달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는 “학생들에게서 ‘선생님 따라서 저도 헌혈해요’하는 문자가 오면 가장 행복하다”고 밝혔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이상모 대구 달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는 “학생들에게서 ‘선생님 따라서 저도 헌혈해요’하는 문자가 오면 가장 행복하다”고 밝혔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대구 지역 확진자 숫자가 수천명을 넘어가던 즈음에도 헌혈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대구 달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이상모(40)경위는 올해 들어 7번의 헌혈을 했다. 코로나19로 도시가 마비되다시피 했을 때도 헌혈의 집으로 걸음을 향했다. 휴대폰에 깔아둔 헌혈 앱에 ‘혈액부족’이라는 표시등이 뜬 것을 보고 모른 체 할 수 없었다.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경고등이었다. 이 경위는 “코로나19도 그렇지만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스크에 장갑까지, 단단히 무장하고 헌혈의 집을 찾았다”고 밝혔다. 그렇게 1999년에 처음 시작한 헌혈이 올해 5월까지 78번에 이르렀다. 헌혈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2017년부터 계산하면 3여년 만에 54회를 채웠다.

별스럽다고 할 정도로 헌혈에 열심을 낸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경찰 내부망에 서울지역 경찰서 직원이 헌혈증서가 필요하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이 경위는 모아둔 헌혈증을 위급한 환자에게 보내줬다. 이 경위는 “동료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해서 헌혈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면서 “혈액부족 경고등에 마음이 조급해진 이유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위는 SNS상에서 ‘헌혈 운동가’로 통한다. 단순히 헌혈을 많이 해서가 아니다. 그의 헌혈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유난히 많다. 페이스북에 헌혈 사진이 올리면 ‘좋아요’가 주렁주렁 달린다. 그럴 때마다 세상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관심이 좋아서가 아니다. 페북 친구들 중에 관심 대상인 고등학생들이 있는 까닭이다. 이 경위는 2014년부터 여성청소년과에 근무하면서 10여개 학교를 담당하고 있다. 페북으로 학생들과 교감하면서 헌혈이라는 봉사를 통해 학생들에게 나름의 선한 영향력을 미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가 ‘헌혈 운동’에 매진하는 이유다.

효과는 있다. 관심을 보이는 댓글도 많고 실제로 “나도 헌혈할래요”하면서 헌혈에 나서는 학생들도 있다. 헌혈의 집에서 댓글을 달았던 학생과 마주친 경험도 있다. 이 경위는 “헌혈을 통해 사회와 공동체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면서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마음에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따뜻한 태풍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 활동을 통해 학생 몇 명이라도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을 돌아볼 계기가 된다면 그것으로 제 목표는 달성입니다. 언젠가 ‘선생님 덕분에 정신 차리고 이렇게 살 수 있었어요’하는 말을 듣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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