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도 따라했던 싸이월드… 그 씁쓸한 결말

입력
2020.06.0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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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 선전에 있는 텐센트사의 모습. 텐센트 홈페이지 캡쳐
중국 광둥 선전에 있는 텐센트사의 모습. 텐센트 홈페이지 캡쳐

1998년 창업한 텐센트는 현재 중국, 나아가 전 세계를 대표하는 IT기업으로 성장했다. 4일 현재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무려 654조원(4조1,556억 홍콩달러). 국내 주식시장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의 4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326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니, 시가총액으로만 단순 비교했을 때 텐센트는 삼성전자보다 약 2배 정도 큰 회사인 셈이다.

최근 국내 1세대 SNS인 ‘미니홈피’로 한때 큰 인기를 누렸던 싸이월드가 이미 폐업 상태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텐센트와의 엇갈린 희비가 재조명되고 있다. 텐센트가 글로벌 IT공룡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바로 싸이월드의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한 QQ쇼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PC용 메신저인 QQ로 사업을 시작한 텐센트는 2000년대 초반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해 고심이 깊었다. 사용자 증가로 서버 유지비용은 증가하는데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던 이때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것이 바로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서비스였다.

당시 싸이월드는 미니홈피ㆍ아바타 꾸미기, 배경음악 음원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텐센트는 싸이월드를 뛰어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아바타에 유명 브랜드 상품을 입힐 수 있도록 해 이용자들의 지갑을 여는 동시에 패션업계의 광고비까지 빨아들였다. 텐센트는 QQ쇼 서비스의 성공을 발판으로 포털에 이어 2011년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등으로 생태계를 넓혀 나갔다. 올해 1분기 기준 위챗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는 무려 12억300만명.

이처럼 막대한 이용자를 확보한 텐센트는 음악, 게임, 핀테크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게임업계 최고 히트작으로 꼽히는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ㆍLOL)를 만든 라이엇게임즈와 ‘클래시 오브 클랜’을 운영하는 핀란드 게임회사 슈퍼셀을 인수하는 등 게임에서만 전체 매출의 42%를 벌어들이고 있다.

반면 2003년 싸이월드를 인수한 SK커뮤니케이션즈는 메신저 ‘네이트온’, 포털 ‘네이트’, 초기형 SNS ‘미니홈피’ 등 쟁쟁한 아이템을 들고서도 수익을 확장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2011년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치명타를 입은 뒤 가입자 탈퇴가 이어졌고, 내부 인력도 빠져나가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텐센트가 위챗을 출시하며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던 해에 싸이월드는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얄궂은 운명이다.

이제는 오히려 국내 IT업체들이 텐센트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텐센트는 2015년 중국 최초의 민영 인터넷은행을 출범시켰다. 2017년 선 보인 카카오뱅크보다 핀테크에선 오히려 2년 앞선 것이다.

위뱅크는 기존 금융기관과 차별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통해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을 공략했는데, 위챗 친구리스트의 평균 신용 수준과 차단 이력 데이터 등을 활용해 신용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부실 비율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2013년 텐센트가 중국 최대 민영 보험기업인 핑안보험과 함께 설립한 중안보험은 2018년까지 연간 평균 성장률이 90%를 웃돌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페이를 기반으로 보험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텐센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바이오 분야에 이어 우주관광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물론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텐센트의 고공질주가 싸이월드의 폐업을 더 씁쓸하게 만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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