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LG ‘TV 전쟁’ 일단 무승부… 장외 설전 2R

입력
2020.06.05 10:16
6면

“실익 없다” 양측 신고 취하하고 공정위도 심사 종료 선언했지만

LG “삼성 스스로 사실 인정한 것” 삼성 “LG 비방광고 중단해 취하”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 전시된 QLED 8K TV 모습.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 전시된 QLED 8K TV 모습.

지난해 가전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QLED TV 전쟁’이 싱겁게 막을 내렸다.

각각 상대방의 제품 광고를 각각 “거짓” “비방”이라고 공격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맞신고까지 했던 양사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불경기로 TV 판매도 급감하자 ‘실익이 없다’는 판단 아래 최근 서로 신고를 취하했다. 이에 심판을 맡은 공정위도 심사 종료를 선언했다. 하지만 ‘종전’ 사실이 공개되자, 양사는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결과를 해석하며 감정의 앙금을 내비쳤다.

◇가전 ‘빅2’의 TV 전쟁

공정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QLED TV 브랜드 사용을 놓고 상호 신고한 사건에 대해 심사절차를 종료한다고 5일 밝혔다. 신고가 들어온 사건을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조사를 끝낸다는 의미다. 공정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최근 신고를 취하했고, 소비자 오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심사절차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양사의 TV 전쟁은 지난해 9월 시작됐다. 먼저 LG전자가 “삼성전자의 QLED TV 광고가 거짓ㆍ과장 광고에 해당한다”며 삼성전자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LG전자는 당시 신고서에서 “삼성전자 TV는 스크린 뒤에서 빛을 내는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액정표시장치(LCD) TV인데도, 화면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기술’을 적용한 QLED라는 명칭을 써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삼성 QLED TV를 객관적 근거 없이 비방한 것은 부당한 비교ㆍ비방 광고에 해당한다”며 LG전자를 맞신고했다.

가전업계 ‘빅2’의 맞신고에 결국 공정위도 심사에 돌입했다. 관건은 삼성전자 광고가 허위ㆍ과장인지, LG전자가 근거 없이 삼성전자 TV를 비방했는지였다.

하지만 판단이 쉽지 않았다. QLED가 자발광 TV인 것은 분명하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삼성의 기술인 양자점(퀀텃담) 기술 기반의 LCD TV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어서다. 또 삼성전자가 자사 QLED TV에 “백라이트가 있다”는 사실을 홈페이지, 유튜브 광고 등에서 밝힌 점도 공정위가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쉽게 가리지 못하게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백라이트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고, LG전자는 비방 논란을 산 광고를 중단했다는 점을 종합 고려했다”며 “양사가 향후 네거티브 마케팅을 지양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도 심사 종료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감정은 안 풀렸다?

하지만 이 같은 공정위의 설명이 무색하게 두 회사는 이날 각각 신고취하 이유를 밝히는 입장문을 내고 ‘연장전’을 벌였다.

LG전자는 이날 오전 “공정위 신고 이후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이 자발광 QLED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명확히 알리고 있다”며 “소비자가 오해할 상황이 해소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오후에 곧바로 “LG전자가 비방 광고를 중단했기 때문에 신고를 취하한 것”이라며 “이번에 QLED TV 명칭 사용에 전혀 문제 없다는 점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맞받아쳤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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