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스트 공인인증서’ 시대를 맞아

입력
2020.06.09 04:30
3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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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인인증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특수문자를 포함한 10자리 이상의 비밀번호, 1년마다 갱신, 거기에 불편함의 아이콘이었던 ‘액티브X’ 프로그램을 깔고 또 깔고해야 했던 불편까지. 물론 액티브X 대체 기술이 현행 공인인증 체계에 이미 적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공인인증서가 주는 ‘불편의 프레임’은 국민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변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공인인증서의 불편함을 희화화하는 콘텐츠 조회 건수가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콘텐츠 조회 수보다 훨씬 많았던 것만 보더라도 공인인증서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는 정말로 컸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이러한 불편의 상징이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공인인증 업무를 운영해 온 기관의 대표로서 떠나가는 공인인증서에 대해 한마디하고 싶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온라인상에서 금융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각종 민감한 서류가 발행될 수 있었던 것은 이용에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공인인증서에 대한 ‘신뢰의 메커니즘’이 형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각종 해킹 시도에도 불구하고 안전성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공인인증서가 국민의 소중한 금융자산을 잘 지켜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공인인증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시장은 새로운 서비스를 기다리고 있다. 과연 어떤 서비스가 인증 춘추전국시대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우선, 복잡한 발급 절차 및 비밀번호 입력 방식, 짧은 갱신 주기 등 그동안의 불편사항들을 개선하여 소비자가 편리하게 인증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만 편리한 인증체계가 그동안 공인인증서가 이룩해 놓은 신뢰의 메커니즘을 약화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고객의 금융자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의 바탕 위에 편리한 시스템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소비자의 선호를 존중하는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기존의 공인인증서는 전자서명법이 정하는 인증체계를 따르다 보니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이 불가피하였다. 이제 새로운 인증은 생체인식, 블록체인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하여 소비자의 요청사항을 수용할 뿐 아니라, 기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수요를 고려한 서비스가 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소비자가 편리한 인증서비스를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인증기관 등 참여자 모두의 책임있는 서비스 제공 및 강화된 소비자 보호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기존의 인증서비스는 손해발생 시 금융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향후 인증서비스가 비대면 거래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공급자의 책임 강화 및 이를 통한 소비자의 신뢰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6월 2일 창립 34주년을 맞이한 금융결제원은 그간의 공인인증업무 운영경험을 토대로, 기본에 혁신을 더해서 새로운 인증 생태계 마련에 앞장서도록 하겠다.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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