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가게 해준다”며 여신도 성폭행 목사, ‘비동의 간음죄’ 주장

입력
2020.06.0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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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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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가게 해준다”며 여성 신도 9명을 수십 년간 상습 성폭행ㆍ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목사가 항소심 재판에서 '비동의 간음죄'를 주장했다.

5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김성주 부장) 심리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기소된 A씨(64) 목사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성관계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협박하지도 않아 현행법상 강간죄로 처벌할 수 없으며 ‘비동의 간음죄’는 아직 헌법에 규정되지도 않았다”고 변론했다.

A씨 변호인은 이 사건에서 폭행 등 강요 없이 성관계가 이뤄져 강간죄는 성립되는지 법리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비동의 간음죄’가 국회를 통과한 뒤에야 목사를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다.

비동의 간음죄는 폭행과 협박을 동원해 상대를 강제로 간음한 경우에 처벌하는 현행 강간죄와 달리 말 그대로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성관계를 한 사람을 성범죄자로 인정해 처벌하는 것이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성추행은 인정하지만, 강간 혐의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윤리적인 측면에서 피해자들에게 불쾌감을 줬다면 사과도 하겠으니, 합의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증거 등 자료를 추가로 제출할 수 있는 시간을 A씨에 준 뒤 다음달 10일 재판을 다시 열기로 했다.

전북의 한 교회 목사인 A씨는 1989년부터 2018년까지 교회와 자택, 별장, 승용차 등에서 여성 신도 9명을 상습 성폭행 또는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A씨는 성추행을 거부하는 신도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으로 하는 거니 괜찮다”, “이렇게 해야 천국 간다”며 범행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항소심 재판이 열린 이 날 법원 앞에서 익산여성의전화 등 시민ㆍ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고통에 비해 징역 8년은 터무니없는 형량이라면서 분노하고 있다”며 “목사를 제대로 처벌해 종교계 성폭력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엄벌을 촉구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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