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민들의 공간 ‘클럽 33’ 개장(6.15)

입력
2020.06.15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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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 디즈니랜드의 폐쇄적 회원제 클럽인 '클럽 33'의 문패. disneyparks.disney.go.com
미국 샌프란시스코 디즈니랜드의 폐쇄적 회원제 클럽인 '클럽 33'의 문패. disneyparks.disney.go.com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에너하임의 디즈니랜드에서 술을 파는 유일한 곳이 뉴올리언스 스퀘어 블루베이유 레스토랑 인근의 ‘클럽 33(Club 33)’이다. 대중적으로 꽤 알려진 덕(탓)에 폐쇄적 회원제 클럽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공간이다.

알려진 바 클럽33의 회원은 상한 500명이고, 결원이 생기는 경우에 한해 신규 회원을 받는다. 회원이 되려면 기존 회원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2만5,000 달러~10만 달러의 가입비를 내야 하고, 1만2,500 달러~3만 달러의 연회비를 내야 한다. 대기자가 많아 2012년 가입자의 경우 약 14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은 비회원 동반자와 함께 클럽 33의 식당 그랑 살롱(Le Grand Salon)을 이용할 수 있고, 살롱 누보(Le Salon Nouveau)라는 재즈 바와 라운지에서 술을 마실 수 있고, 다양한 테마로 꾸며진 작은 룸들을 이용할 수 있다.

디즈니 부부가 직접 골랐다는 디즈니 컨셉트의 실내 장식과 집기는 물론 최고급일테고, 서비스와 코스 음식 수준도 물론 좋겠지만, 시설ㆍ설비는 낡아 2014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했다. 그사이 극소수 회원제 클럽들은 라스베가스의 여느 호텔마다 생겨날 만큼 흔해졌다. 하지만 클럽 33의 인기는 여전하다. 거기서 파는 것은 술과 음식이 아니라 특권과 선민 의식이기 때문이다.

고급 주택가의 으리으리한 저택이나 유흥가와 달리 세계의 시민이 평등하게 줄 서서 놀이기구를 즐기는 자본주의적 공평 정의의 환상적 공간 한복판이어서 클럽 33의 존재감은 역설적으로 도드라진다. 관광객들은 닫힌 입구의 대리석 기둥에 문패처럼 붙은 ‘33’이란 숫자를 카메라에 담곤 한다.

클럽 33은 1968년 6월 15일 문을 열었다. 월트 디즈니는 62~65년 뉴욕 세계박람회 운영위원회가 굴지의 기업인들을 위해 운영했던 VIP 휴게실에 착안, 디즈니랜드의 투자자와 정치인 등 사업 파트너들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저 시설을 구상했다. 그는 1966년 12월 15일 숨졌고, 클럽 33은 개인 멤버십도 허용했다. 월트 디즈니의 고전들이 왕자나 공주, 킹에게 한사코 미련을 두는 까닭도 어쩌면 클럽 33의 발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선민의식을 비판하는 이는 많아도, 동경하지 않는 인간 역시 드물단 걸 알았던 모양이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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