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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레터] 공매도 일시 금지하자 주가 급상승… 이 참에 폐지? 
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63포인트(0.21%) 오른 2,188.92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공매도만 아니면 개인도 주식시장에서 선방할 수 있다. 공매도가 있는 한 기관총 쥔 외국인과 기관에 칼을 든 개미가 맞서야 하는 형국이다.”(인***) “공매도는 기관과 외국인만 살 찌운 제도다. 9월 이후부터는 영원히 폐지해야 한다.”(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가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 올렸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3월 19일 코스피가 1,457.64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3개월 만에 2,100선을 넘어섰는데요.

이 사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팔자’ 행렬에 나서는 와중에도 끈기 있게 주식을 사들이던 ‘동학 개미’들이 승리를 거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가 최저점을 찍은 이후 5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코스피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66.5%로 집계됐지요.

증권가에서는 이처럼 개인 투자자들이 웃을 수 있었던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해 금융 당국이 3월 16일부터 6개월 동안 시행하고 있는 ‘공매도 금지’ 조치도 큰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러면서 이 참에 개인과 외국인, 기관 사이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공매도 제도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주가 상승은 공매도 금지 정책 덕분일까요. 그리고 공매도는 폐지가 정답일까요.

 ◇공매도가 뭐길래? 
공매도 구조. 연합뉴스

공매도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되사 갚고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법입니다. 공매도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를 하는 무차입 공매도와 주식 보유자에게 주식을 빌린 다음에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 방식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매도 하면 ‘차입 공매도’를 말하는데요. 무차입 공매도는 투기 성격이 있고, 부작용이 많아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A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해당 주식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주가가 1만원일 때 A주식을 공매도 한 뒤 결제일에 주가가 1,000원으로 떨어지면 투자자는 1,000원에 주식을 사서 매입자에게 돌려줌으로써 9,000원의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는 겁니다. 즉 증시가 하락을 해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건데요. 반대로 공매도를 한 주가가 오른다면 투자자는 그만큼 손해를 보겠죠.

사실 공매도는 외국인 투자가와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들어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6개월 금지 조치를 발표한 3월 13일까지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 공매도 거래대금 32조7,083억원 가운데 외국인(55.1%)과 기관(43.7%)을 합하면 98.8%였습니다. 개인투자자는 1.2%에 그쳤고요.

이런 상황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를 허용하고는 있지만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보다 공매도 접근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벌어지는 건데요. 당연히 개인 투자자는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보다 신용도나 상환 능력이 떨어져 공매도 투자가 쉽지 않습니다. 믿는 구석이 없으니 주식을 빌리기조차 어려운 것이죠.

결국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는 언감생심이고 주가 상승만을 기대하게 되는 반면 외국인이나 기관은 주가가 떨어져도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의 룰’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죠.

 ◇주가 회복의 일등 공신이 공매도 금지라고? 
게티이미지뱅크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먼저 코로나19로 촉발된 주식 급락을 막기 위해 시행된 공매도 금지가 코스피 지수를 9%가량 상승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8일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때 한시적으로 전 종목 공매도가 금지됐던 사례를 통해 “현재 코스피에서 공매도가 허용됐다면 지수는 2,000포인트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공매도 금지가 코스피 반등 동력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도 대체로 비슷합니다. 공매도 금지가 주가 상승 속도와 폭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공매도 금지 효과를 마냥 부풀릴 순 없는데요. 공매도 금지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은 맞을지 몰라도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가장 큰 원인은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내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조치로 주식이 오르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시장이 막히다 보니 투자할 돈이 주식으로 더 몰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비대면)나 백신으로 주목 받는 기업의 주가가 더 올랐다는 점도 ‘주가 상승=공매도 금지’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공매도 금지가 증시 회복에 큰 기여를 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그렇다면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은 미국의 주가는 왜 올랐겠느냐”며 반문했습니다. 실제 미국 나스닥과 일본 닛케이225지수의 올해 저점 대비 상승률은 33~38%에 달합니다.

 ◇위기 때마다 왜 금지? 
지난해 2월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희망나눔 주주연대, 공매도 제도개선을 위한 주주연대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공매도 추방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는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시기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위기 때마다 정부가 공매도 금지 조치를 들고 나오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매매차익을 얻으려 공매도에 몰릴 경우 주가 급락이라는 좋지 않은 상황이 생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모두 성공했던 건 아닙니다. 2008년 공매도 금지 기간에 코스피는 3.4% 포인트 하락했고 2011년에는 12.1% 포인트 떨어졌다고 하네요.

공매도는 △주가하락 압력과 시세조종 초래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 등 ‘나쁜 역할’을 할 가능성도 걱정거리죠. 원칙적으로는 업틱룰(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직전 체결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매도 주문를 해야 하는 제도)이 있어서 주가를 떨어뜨리면서 공매도를 할 수 없는데, 실제로는 업틱룰 위반이 빈번하다는 겁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8~9월 45개 증권사 중 32곳이 업틱룰을 위반 했고 그 금액이 8조원을 넘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불법 공매 문제도 있습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자유한국당 의원 당시 2010년 이후 적발된 무차입 공매도 사건 관련 국정 감사 자료를 발표했는데요, 101건 중 94건이 외국계 투자회사에서 이뤄진 게 확인됐습니다.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시장에서 소외 당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다면 왜 폐지를 안 해? 
3월 부산 한국거래소 운영실에서 관계자가 신규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코스피 파미셀 종목 시세를 보고 있다. 뉴스1

하지만 공매도를 무작정 없애는 것도 만만치 않은 값을 치러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공매도의 순기능이 적지 않기 때문인데요. 공매도는 우선 지나치게 많이 주가가 오르는 것을 막는 자연스런 통제 장치로서 기능을 합니다.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는 부정적인 정보를 빠르게 반영해 주가 거품(버블) 형성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실제 공매도 금지로 지금 주가가 너무 오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요. 공매도 금지로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체력)과 달리 주가가 계속 오르기만 하면 결국에는 거품이 꺼지면서 나중에 투자자들의 피해가 더 커진다는 얘깁니다.

공매도는 또 유동성을 늘리는 효과도 있는데요, 공매도를 금지하면 주식 거래량이 줄고, 가격의 변동 폭이 매우 커질 수도 있습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는 공매도 유무가 아니라 결국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따라 만들어진다”며 “건강한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주가 상승이나 하락 시 양방향으로 자본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말합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공매도를 무작정 폐지하기 보다는 제도를 보완하거나 개인 투자가에게도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김병욱 의원은 “공매도 자체를 금지하는 나라는 없다”면서도 “업틱룰 위반이나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고요.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위원은 “일본이 공매도 개혁을 단행해 지금은 개인 공매도 비중이 25% 정도”라며 “개인과 외국인, 기관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없앨 수 있는 방안은 개인 투자가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개미 투자자들의 요구는 거세지만, 공매도 금지를 조기 해제하거나 공매도 자체를 폐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 상황이죠. 9월이 되면 공매도는 되살아나고 또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는데요. 적어도 이번 기회에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면서도 주식 시장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개선안 마련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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