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 검사, 평생 한 번은 받아야 하는 이유?

입력
2020.06.15 19: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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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환자의 50~80% 정도가 만성으로 진행

예방 백신 없어 개인용품 사용에 주의해야

C형 간염은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지만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거의 완치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C형 간염은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지만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거의 완치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종 감염병에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최근 미국 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가 새로운 C형 간염 검사 권고안을 발표했다. 18~79세 모든 미국 성인은 평생 한 번 C형 간염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떨까. 대표적인 감염인 AㆍBㆍC형 가운데 C형만 국가검진항목에서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유병률은 높지만 C형 간염의 조기 발견과 치료율은 낮은 실정이다. C형 간염은 자각 증세가 거의 없고 증상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아 더 주의해야 한다.

◇C형 간염의 50~80%가 만성 진행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HCV)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정상인의 상처나 점막을 통해 전염돼 발생하는 간질환이다. 우리나라는 30만명 정도가 C형 간염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매년 2,000~3,000명 정도가 새로 감염되고 있다. 하지만 C형 간염 환자의 20% 정도만 치료를 받고 있다.

감염 3개월 이후에도 바이러스가 남아 있으면 대부분 만성 C형 간염이 된다. C형 간염은 혈액 검사를 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또 급성 C형 간염에 걸린 환자는 만성으로 진행될 확률이 매우 높다. 급성 C형 간염의 50~80% 정도가 만성으로 진행된다. 게다가 만성 C형 간염 환자의 30~40% 정도는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악화한다.

C형 간염은 가벼운 접촉이나 입으로는 감염되지 않고, 주로 혈액으로 감염된다. 대개 오염된 침이나 바늘, 면도기 등을 통해 옮겨진다. 문신ㆍ피어싱 등 침습적인 행위를 통해 감염될 때가 많다. 성 접촉이나 수혈로 감염될 수도 있으며, 드물지만 엄마 몸을 통해 배 속 태아에게 전염되는 ‘수직감염’이 되기도 한다.

도영석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자각 증세로 C형 간염을 발견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며 “그만큼 증상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간혹 황달을 비롯한 권태감ㆍ피로감ㆍ전신 쇠약감ㆍ식욕 부진ㆍ근육통ㆍ복통 등을 느끼는 환자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무조건 C형 간염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간 기능 검사나 혈액 검사 등을 통해 C형 바이러스 항체를 검출하거나,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직접 확인하는 HCV RNA 검사법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백신 아직 없어…개인용품 사용 주의해야

C형 간염은 조기 발견해 빨리 치료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다행히 최근 의학 기술 발전으로 먹는 약으로 C형 간염을 완치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완치 수준의 경구약(DAAㆍDirect-acting Antiviral Agents)이 나온 데다 치료 기간도 8주로 크게 줄었다. 애브비의 C형 간염 치료제 ‘마비렛’의 경우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1~6형 모든 C형 간염 유전자형을 8주 만에 치료할 수 있는 먹는 약이다. 최소 8주 간 하루 1회 3정을 먹으면 99% 이상 완치할 수 있다.

하지만 C형 간염은 AㆍB형 간염 등 다른 간염과 달리 아직 예방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유전적 변이가 심해 개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C형 간염은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돼 있는 AㆍB형 감염보다 질병 인식이 낮고 6% 정도만 증상을 느끼기에 상당수 감염자가 심각한 상태가 되어서야 병원을 찾는다. 일상 속 감염 경로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차단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체액을 통해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개인 위생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도 교수는 “면도기나 칫솔, 손톱깎이 등으로도 감염될 수 있으므로 개인용품 사용에 주의해야 하며, 문신ㆍ피어싱을 할 때에도 소독된 도구를 사용하는지 반드시 살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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