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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명 가수 어셔는 '어번'을 대중화시키는데 공헌한 인물 중 하나로 평가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74년 미국 뉴욕 라디오방송 WBLS는 낯선 음악 유형을 선보인다. 리듬 앤 블루스(R&B)와 디스코를 전자음악으로 뒤섞은 새 음악 장르 ‘어번 컨템포러리’(Urban Contemporary)였다. 편성 이사로 영입된 DJ 출신 프랭키 크로커(1937~2000)의 솜씨였다. 흑인을 대상으로 한 WBLS는 ‘어번 컨템포러리’를 발판으로 금세 인기 방송국으로 떠올랐다. 흑인들이 어느 정도 사는 도회지(Urban) 방송국들이 WBLS의 성공 사례를 따랐다. ‘어번’은 흑인 음악을 통칭하는 용어로 자리잡게 됐다.

□ 시간이 흘러 ‘어번’은 힙합과 R&B, 하우스뮤직뿐만 아니라 흑인들이 즐기는 라틴음악 레게까지 포괄하는 용어가 됐다. 2000년대 힙합과 R&B가 인기를 끌면서 ‘어번’은 미국 대중음악계 주류로 떠올랐다. 지난달 마지막 주만 해도 빌보드200 순위에서 상위 10개 앨범 중 9개가 힙합 또는 R&B였다. 미국 최고 권위 대중음악상인 그래미 어워즈는 어번 컨템포러리 앨범상을 새로 만들어 2013년부터 수상하고 있다. ‘어번’을 더 이상 흑인음악으로 묶어둘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 미국 유명 음반사 리퍼블릭레코즈는 지난 4일 ‘어번’이라는 용어를 앞으로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첫 사용자 크로커의 의도와 달리 ‘어번’이라는 호칭이 힙합과 R&B 등을 주류에서 배제하고 흑인음악으로 한정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인종 차별적 용어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그래미 어워즈도 10일 ‘어번’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어번 컨템포러리 앨범상을 내년부터 프로그레시브 R&B 앨범상으로 바꿀 예정이다.

□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12일 미국 유명 컨트리밴드 레이디 앤터벨룸은 밴드명을 레이디 A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미처 알지 못한 사각지대를 발견했다”는게 개명 이유다. 앤터벨룸(Antebellum)은 노예제가 합법이던 미국 남북전쟁 이전 시기를 의미한다. 영국 음반사 원 리틀 인디언은 최근 원 리틀 인디펜던트로 이름을 바꿨다. “폭력적인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항의를 받고서다. 플로이드 사건은 우리 생활에 박혀 있는 차별적 언어까지 되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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