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의 금연법과 흡연율(6.16)

입력
2020.06.16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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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부탄 의회가 '담배통제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근년 부탄의 흡연율은 기대와 달리 외국보다 훨씬 높다는 보도가 있다. 게티 이미지.
10년 전 오늘 부탄 의회가 '담배통제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근년 부탄의 흡연율은 기대와 달리 외국보다 훨씬 높다는 보도가 있다. 게티 이미지.

국민총행복지수(GNH, Gross National Happiness)란 히말라야 동부의 고도 부탄 왕국이 양적 경제성장지수 ‘국민총생산(GNP)’에 대비해 2008년 만든 지수다. 이름처럼 환경과 정서, 전통 가치, 정치 안정 등이 주는 삶의 질과 행복감을 질적ㆍ주관적으로 계량화한 것이다. GNH는 사회경제적 평등과 전통ㆍ자연 환경 보전, 통치 구조 등을 4개 분야, 9개 영역의 33개 지표로 평가한다. ‘행복의 나라 부탄’의 이미지는, 그 나라의 상대적 장점 및 가치들과 더불어 저 지수에 크게 의존한다.

2010년 6월 16일 부탄 의회가 ‘담배통제법(TCA)’을 제정한 것도 국민 행복을 증진시키려는 조치였다. 약 100년 전인 1916년 당시 국왕(Ugyen Wangchuck)이 담배를 “세상에서 가장 부정하고 유해한 식물”이라며 추방하려 한 적이 있지만, 흡연 역시 문화라 여기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입헌 왕정을 시작한 제4대 국왕 지그메 싱게 왕추크(Jigme Singye Wangchuck)는 왕명을 법으로 대체했다.

법은 담배 재배 수확 제조 수입 판매 소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국가 차원의 금연 클리닉을 열도록 했다. 담배를 끊지 못한 이들에 한해 개인적으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월 일정량을 수입ㆍ소지할 수 있게 했지만 극소량이었고 인도산 담배의 경우 100%, 그 외 지역 제품에는 200%의 관세를 물어야 했다. 흡연자는 당국이 정한 흡연구역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고, 상시 납세 증명서를 소지해야 했다.

금연 총괄기구인 담배통제위원회와 집행기구인 사무처가 설립됐다. 기구는 공공장소와 사무실, 가정, 자동차 안을 영장 없이 상시 수색 및 검문검색을 할 수 있는 준사법권을 지녔다. 처벌은 벌금부터 밀수 등 중죄의 경우 5년 이하 징역까지 가능했다. 반발이 심하자 부탄 정부와 의회는 2012년 1월 법을 개정해 수입 허용 한도 및 처벌을 완화했다.

한 매체는 부탄의 흡연율이 2017년 7월 현재 남아시아 인근 국 평균보다 높은 24.6%이고 특히 청소년 흡연율은 29.3%로 태국(14%)보다 2배 이상 높다고 보도했다. 밀수ㆍ암거래 규모가 워낙 방대해 청소년도 담배를 손쉽게 구할 수 있을 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행복의 나라 부탄’의 여성 약 70%는 지금도 “남편에게 아내를 때릴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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