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게티이미지뱅크

‘살맛 난다’는 말이 있다. 세상을 사는 재미가 있다는 뜻인데, 삶에서 맛을 찾는다. 그 말처럼 달고 짜고 매운 맛들이 없다면 ‘맛깔난 삶’도 없을 것이다. 매운맛을 두고 미각이 아니라 감각의 일부라 한 이론을 기억한다. 그러나 아무리 학문적 근거를 들고 와도, 밥상에서 빨갛지 않은 반찬을 찾아보기 힘든 한국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 한국인에게 매운맛은 삶의 일부이다. 얼마나 매운지를 실감나게 보여야 잘 팔리는 라면 광고가 그 증거이다.

매운맛을 이르는 한국말은 아주 다채롭다. 약간 매우면 ‘매콤하다’고 하고, 혀나 목구멍이 아플 정도로 자극되면 ‘맵싸하다’나 ‘칼칼하다’고 한다. 해장국처럼 기분 좋은 매운맛은 ‘얼큰하다’고 하지만, 혀끝이 아플 정도가 되면 ‘얼얼하다’거나 ‘알싸하다’를 쓴다. 얼큰하거나 얼얼한 것은 술에 취해서 정신이 어렴풋한 정도이니 그 상태가 짐작된다. 불닭발처럼 쉽게 넘길 수 없는 매운맛은 ‘맵디맵다’거나 ‘매큼하다’고 한다. 매운맛은 다른 맛과 섞여도 두드러진다. 양념통닭처럼 약간 맵고도 달면 ‘매콤달콤하다’고 하며, 떡볶이처럼 매운맛과 짠맛이 있으면 ‘맵짜다’고 한다. 매운맛에서 쓴맛이 느껴질 때는 ‘신랄하다’고 한다.

맛은 삶의 일부로서 우리의 인생을 비유하는데, 매운 맛은 단연 어렵고 힘든 상황을 빗댄다. ‘매우’라는 말은 ‘맵다’가 어원이라, 매우 춥고 매우 힘든 상황에 적절히 쓰인다. ‘손끝이 맵다’처럼 매운맛을 사람에게 붙이면 성격이 독해서 일을 완벽하게 잘해 내는 사람을 뜻한다. 시집살이가 맵고, 우리 엄마의 손끝이 맵다. 봄바람은 겨울바람보다 더 맵기도 하다. 이런 말들의 속뜻을 이해할 사람은 매운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들이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