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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의 판단 실패로 몰락한 GE
김정은 변심으로 코너에 몰린 文 정부
국민만이라도 허상 대신 현실 깨달아야
2018년 2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터널을 갓 빠져나오던 2001년말 재계에는 ‘잭 웰치’ 바람이 불었다. 미국 GE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그해 9월 후계자(제프 이멜트)에게 물려주고 은퇴한 잭 웰치는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았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가 GE의 크로톤빌 연수원에서 경영수업을 받을 정도로 GE의 명망은 높았다.

하지만 GE는 20년도 안돼 폭망한 기업의 대명사가 됐다. 잭 웰치의 뒤를 이은 이멜트 때문이었다. 모든 경영지표가 악화하는데도 이멜트와 측근들은 근거 없는 낙관론을 폈다. 무리한 목표 설정, 부적절한 투자, 막대한 현금 낭비의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경영 부실을 우려하는 내부 지적이 나올 때마다 은폐에 급급했다. GE의 몰락에 대해 로버트 살로몬 뉴욕대 교수는 “잭 웰치에 대한 추앙 탓에 문어발 확장을 멈추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우리 역사에서도 지도자의 그릇된 판단으로 나라가 풍전등화 위기에 빠진 경우가 많다. 임진왜란, 병자호란이 그랬고 가까이는 1961년 5ᆞ16 쿠데타가 터질 때도 그랬다. 일본에 통신사로 간 황윤길이 ‘일본이 쳐들어 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선조와 동인 정권은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모든 정황이 쿠데타를 가리켰지만, 장면 정부는 방치했다. 전쟁사학자들은 “지도자가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믿고 싶은 것만 봤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거대 여당의 지원을 받는 문재인 정부도 갑자기 비슷한 상황에 빠졌다. 위기에 빠진 ‘경제’에 이어 그나마 버텨 주던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할 판국이다. 이 정부의 핵심 어젠다는 경제에서는 소득주도성장, 외교안보에서는 대북 화해와 북한 비핵화였다.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했던 지난해 종언을 고했고, 대북 정책도 6월 16일을 끝으로 막을 내릴 운명이다. 개성 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돌연 ‘우리가 잘못 생각했다’고 다시 손을 내민다 한들 이제는 우리가 받아들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소득주도성장, 일자리정책, 북한 비핵화는 실패가 예정된 것들이었다. 그래서 애당초 회의적인 전문가들이 많았다.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자리가 줄어들어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건 경제학의 상식이다. 북한 비핵화도 마찬가지다. 1993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에서 약속을 깨고 실리만 챙긴 북한 정권이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믿은 게 잘못이다. 김 위원장이 판문점이나 싱가포르, 하노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 우리의 기대와 다른 정의를 내려도 우리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국민을 안심시켰다. 북한의 비핵화 의사가 없다는 명백한 신호가 계속 감지됐지만, ‘비핵화’ 단어에만 매달려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오빠를 대신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나설 때부터 북한의 의도를 눈치챘어야 했다. 과거 남북 간 장관급 회의가 열릴 때마다 북한은 직급이 낮은 자들을 내보냈다. 한국의 장관을, 차관이나 차관보급 인물이 상대하는 전술을 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김 위원장 대신 김여정이 나선 건, 남측을 다시 낮춰 상대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런데도 우리 쪽에서는 대남 비방에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았으니 북한이 번복할 가능성도 있다는 낙관적 분석이 나왔다. 오죽하면 북한이 ‘이번에는 말로만 하는 위협이 절대 아니다’라는 경고를 다시 내놓을 정도였다.

북한이 17일 ‘특사 제의’마저 공개 거부하고 군사합의까지 사실상 파기한 만큼 남북관계는 단기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뒤늦게나마 청와대가 결연한 어조로 추가 도발에 경고장을 날렸으니, 모든 정파와 국민은 위기를 넘기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민낯이 드러난 만큼 국민들은 막연히 낙관적이었던 정부의 기존 대북 정책에도 경종을 울려야 한다. 더 나아가 민낯은 감추고,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려 했던 일부 세력의 행태에도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조철환 뉴스3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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