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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의 게임 경력의 모리 하마코 할머니.. “게임, 젊을 때 해둬~”
최고령 게임 유튜버로 기네스에 오른 90세 모리 하마코 할머니가 기네스북 인증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기네스북재팬 홈페이지 캡처

그는 게임 속 가상 세계에서 괴물들과 싸우고 임무를 수행하는데 하루에 3시간 이상 소비합니다. 3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버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이 한 둘 이냐고요? 별로 특이할 게 없지 않냐고요? 그런데 그는 기네스북에 등재가 됐습니다. 무슨 사연인 걸까요.

주인공은 올해 90세인 일본 치바현 모리 하마코(森浜子) 할머니입니다. 모리 할머니는 1930년 2월 18일생인데요, 3월 최고령 게임 유튜버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겁니다. 할머니는 “이 나이까지 살아서 ‘게임을 계속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며 ‘정말로 장밋빛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기네스북 등재 소감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 같은 소식은 지난달 중순 기네스월드레코드 공식 유튜브와 할머니가 운영하는 유튜브가 해당 사연을 게재하면서 알려졌습니다. 일본매체뿐 아니라 미국 CNN방송,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잇따라 소개되면서 더욱 화제가 됐지요.

◇할머니, 왜 게임에 빠졌을까?
모리 할머니가 예전에 구매했던 오래된 게임기를 보여주고 있다. 기네스북재팬 홈페이지 캡처

모리 할머니가 사실 취미로 게임만 한 건 아닙니다. 또 다른 취미는 수영이었지만, 80세 때 그만뒀다고 하는데요. 일본의 한 전국 수영 대회에 나가서 2위를 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뜨개질도 많이 했다고 하는데요. 이 중에서도 지금까지 즐기는 것이 바로 게임입니다.

할머니는 39년 전 자녀들이 정신 없이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게임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합니다. 모리 할머니는 “재미있어 보여서 자녀에게만 시키면 안될 것 같았다”며 “이걸 하면 인생이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하곤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어떤 게임을 하는데?

할머니가 처음 산 게임기는 1981년에 발매된 ‘카세트 비전’이에요. 할머니는 “그리우니까 모두 버리지 않고 보물처럼 갖고 있다”면서 지금도 당시 구매한 게임기와 게임소프트웨어를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게임 인생을 시작한 할머니는 최근 플레이스테이션4(PS4)까지 수많은 게임을 즐겨왔습니다.

모리 할머니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게임을 줄줄이 꿰고 있는데요, 80년대에는 F1레이스를 비롯해 젤다의 전설, 드래곤 퀘스트, 사성검 네크로멘서 등을 했고요. 90년대에는 게임기인 슈퍼패미컴, 플레이스테이션을 주로 이용했는데 바이오하자드, 파이널판타지 등을 주로 즐겼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PS4를 중심으로 게임을 하고, 유튜브 동영상도 PS4로 하는 게임을 올리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지금까지 액션 게임은 어려워서 하지 않았다”며 “근데 요즘 액션 게임(의 주인공)이 너무 예뻐서 완전히 빠져버렸다. 이젠 액션(게임)만 한다”고 말합니다.

◇유튜브까지 섭렵하게 된 이유는?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모리 하마코 할머니. 월드기네스 유튜브 캡처

할머니는 2014년부터 ‘게이머 할머니’(Gamer Grandma)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채널 구독자 수는 34만명에 달합니다. 할머니가 유튜브 채널을 만든 이유는 뭘까요. 할머니는 게임의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 혼자 이런 즐거운 일을 하고 있으면 아깝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네요. 게임에 대한 할머니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데요. 그렇게 할머니는 손자의 도움을 받아 매달 3, 4편의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영상 내용은 게임 기기 ‘언박싱’(상자를 열고 구매한 제품의 개봉 과정을 보여주는 것)부터 실시간 게임 방송 영상까지 다양하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또 팬들과의 소통도 잊지 않는데요, 동영상을 보는 팬들의 댓글을 통해 날마다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댓글이 많이 올라온다”며 “다들 이렇게 착하구나 생각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모두가 기뻐할 만한 동영상을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의 댓글이 기대됩니다. 다들 희망이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모두가 좋아할 만한 동영상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그게 제 꿈입니다.”

◇할머니가 게임을 권장한다고?
PS4를 즐기고 있는 모리 하마코 할머니. 월드기네스레코드 유튜브 캡처

일본의 한 게임 전문매체는 지난해 9월 할머니와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어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젊을 때는 바빠서 게임을 할 시간을 내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빨리 시작해두면 나이가 든 이후에도 전혀 문제 없이 게임을 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어쨌든 젊었을 때 게임은 해 두라는 것이 가장 하고 싶은 조언이라고 했는데요. 할머니는 이어 “패션이나 스포츠를 취미로 할 경우 나이가 들어서까지 유지하기 어려운 때가 오지만 게임은 편해서 좋다”고 말합니다.

할머니는 또 “게임을 하면 할 일이 많아 정신이 없다. 기기 사용법이나 게임 내용 자체를 공부하고 메모를 하게 된 것도 좋았다”며 “귀가 멍해져도 게임은 할 수 있다. 아무 걱정할 것 없다”며 게임 예찬론을 폈습니다. 그게 어떤 것이든 나이가 들어서까지 이렇게 즐겁게 몰두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는 건, 너무 부럽지 않나요?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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